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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새벽에 이미 한 번 쏟아냈는지 땅은 다 젖어있었다만, 비는 아직 안 오고 있네요.

발코니에서 보니 서쪽에서부터 구름들이 넘어오는 게 눈으로 보입니다.

 

아무튼 지금은 비가 안 오니 오늘도 부랴부랴 런닝을 다녀와 봅니다.

어제는 도겐다이 쪽으로 뛰었으니 오늘은 센고쿠 고원 쪽으로 뛰어 봤는데 풍경이 말 그대로 절경이네요.

 

정말 멋진 것을 볼 때에는 꼭 카메라가 손에 없다는 게 아쉽습니다.

고프로는 들고 와 놓고 거치대를 안 들고 와서 런닝할 때 풍경도 하나도 못 담았네요.

아쉽지만, 그래도 제 기억 속에는 확실히 담았으니까요. 눈호강 했다 치고 비가 쏟아지기 전에 숙소로 부랴부랴 돌아갑니다.

 

 

카마스(꼬치고기)로 주문했던 조식은 오늘도 깔끔하니 맛있네요.

생각보다 발라먹기 귀찮아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생선에 백반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이걸로 이 료칸과는 안녕이네요. 이틀 정도 정말 맛있고, 편하게 잘 쉬었던 곳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서 쉬다 보니 슬슬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하네요.

어차피 고텐바 역 까지는 버스 대신 택시를 타기로 해서, 예약한 시간에 로비로 내려가 계산을 마치고 택시를 기다립니다.

 

일본에서 이 정도 거리를 택시로 이동한건 처음인데, 미터기 요금이 참 무섭게 올라가네요.

그래도 이 비를 맞으며, 큰 짐을 버스로 옮길 것을 생각해 보니 어쩔 수 없는 지출이지 싶어 집니다.

 

꼬불꼬불, 산길을 지나 어느덧 근처의 풍경이 시내로 바뀌고 빗방울도 조금은 가늘어졌습니다.

 

목적지를 고텐바 역전의 도요타 렌터카로 말씀을 드렸는데, 어째서인지 닛폰렌터 앞에서 멈춘 택시.

주소를 보여드렸을 때, 어쩐지 건성으로 보신다 싶었는데 고텐바역 + 렌터카만 듣고 가신 모양입니다.

 

그래도 닛폰 렌터카 앞에서 미안하다고 미터기를 끄시고 원 목적지로 가주시는 걸 보니,

일부러 그러신 건 아닌 것 같아 개의치 않기로 합니다.

 

 

여차저차 수속을 마치고 빌린 파쏘.

근처의 국도가 공사 중이라 네비게이션 길안내가 부정확하다는데, 어차피 저는 구글맵 쓸 거니까요.

 

오랜만에 만난 우핸들 덕분에 처음 한 10분은 입이 바싹 마르는 느낌이었는데,

여차저차 금방 적응이 돼서 편의점 한 번 들르고 야마나카 호수로 출발했습니다.

 

138번 국도에서 나름 저속차량이랍시고 2차선에서 죽 가고 있는데, 어째서인지 자꾸 뒤에 붙는 뒤차.

생각해 보니 여기는 2차선이 추월차로여서 아차차 하고 1차선으로 돌아간 것 빼고는 크게 실수는 없었네요.

 

비 내리는 날, 카고사카 고개를 이 차로 넘는 건 썩 환영할 일은 아니었지만요. 

 

 

고개를 넘고, 호수를 반 바퀴 돌아 나가이케 친수공원에 왔습니다.

 

 

어렴풋이 보이는 후지산의 모습.

정상까지 보고 싶은데, 과연 오늘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조금 쌀쌀하기도 하고, 배도 살짝 고프니 근처의 카페에서 날이 조금 좋아지길 바라며 쉬어 봅시다.

 

 

타베로그에서 꽤 높은 점수였던 카페 'Paper Moon'.

시켰던 라떼가 무슨 사발에 나와서 조금 당황했지만, 컵에 부탁드리니 다시 옮겨 주시네요.

 

음료보다는 푸드가 메인인 듯한 곳이었습니다.

파이도 맛있었지만, 거의 케이크 느낌이었던 저 단호박 푸딩이 참 맛있었네요.

 

 

카페에서 밖을 보니 날이 크게 좋아질 것 같지는 않아 마지막으로 히라노 쪽에서 한 번 보고 넘어가기로 했는데,

마침 정상 쪽의 구름이 살짝 걷혀서 온전한 후지산의 모습을 한 번 볼 수 있었네요.

 

사실 제주를 가도 온전한 한라산의 모습을 보기 힘든데,

타국에 와서 비 오는 날에 이런 풍경을 보게 되니 운이 참 좋았다 생각이 듭니다.

 

 

근처에서 백조에게 먹이라도 주는지, 어째서인지 이 근처에 둥둥 떠다니던 녀석들.

동물원도 아니고 이런 호숫가에서 백조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네요.

 

여차저차 보고 싶었던 풍경도 다 봤으니, 잠깐 숙소에 들어가서 쉬다가 저녁이나 먹어야겠습니다.

 

 

유독 친절했던 호텔, 아무래도 료칸의 그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보니 조금 더 인상 깊었던 걸 지도 모르겠습니다.

호텔 직원이 영어를 할 줄 알아도, 이미 제 머리가 일본어로 패치돼서 영어도, 일본어도 제대로 안 나오는 상황이 우습네요.

 

그래도 여차저차 체크인을 마치고, 방에 들어오니 저 멀리 구름에 가려진 후지산이 보입니다.

방 안에 작은 탕도 있고... 만약 이 근처에 또 휴가를 오게 된다면 료칸보다는 이곳을 택하게 될 것 같네요.

 

 

저녁을 먹기 위해 인근의 식당으로 가던 중, 창가로 노을이 눈에 들어옵니다.

짙은 구름에 가려질 줄 알았는데, 잠깐 뚫린 하늘 사이로 빛이 예쁘게 들어오네요.

 

이런 건, 잠깐 차를 세울 필요가 있죠.

 

 

저녁 식사는 후토우입니다. 사실 맛보다도 그 양에 조금은 당황을 했습니다.

천 엔 언저리의 음식인데, 일본에서 이렇게 푸짐하게 나오는 음식은 그리 흔치 않으니까요.

 

냄비 안에는 추가한 오리고기 말고도, 각종 야채들이 한가득 들어있습니다.

약간 칼국수 느낌이 나는 면도 조금 들어 있어서, 다 먹고 나니 꽤나 배가 부르네요.

 

 

다시 숙소로 돌아와 밀린 사진 정리와 여행기를 조금 끄적여 봅니다.

쓰다 보니 뭔가 입이 심심해서 이전 료칸에서 산 양갱을 하나 꺼냈는데, 마실거리 한 잔이 간절해지네요.

 

생맥주는 없는 것 같으니, 병맥주 한 잔만 마셔야겠습니다.

내일까지는 운전을 해야 해서 반주는 힘드니까요.

 

2023. 0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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