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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모토하코네 항 근처에 오니 제법 날이 어둑어둑해졌습니다.

내일 오전에 비가 꽤 온다더니, 아무래도 거짓말은 아닌가 보네요.

 

잠시 앉아서 쉴 겸, 근처의 카페에 왔습니다.

 

 

할머니를 모시고 다니다 보니 오히려 점심을 안 먹게 되는 이번 여행입니다.

아무래도 아침 식사가 양이 많으신지, 점심을 거르시네요.

 

문제는 저는 배가 고프다는 점이겠죠. 그래서인지 딱 이 시간 즘 되면 유독 지치기 시작합니다.

이럴 때에는 달달한 디저트 하나가, 저녁까지 움직일 힘이 되어 줍니다.

 

 

배가 들어올 때까지, 모토하코네 항 근처에 앉아 잠시 시간을 보냅니다.

흐렸던 날인데도, 잠깐 볕이 들어준 덕분에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꽤 찬데도 불구하고 따스하네요.

 

 

이내 도착한 하코네 해적선.

사실 배 디자인이 이 동네랑 어울리나? 싶긴 하지만... 뭐 이런 사소한 불만은 잠시 접어두기로 합니다.

 

 

배 안은 관광객으로 가득 차, 앉을 곳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그냥 몇백엔 더 써서 우선석으로 가는 게 낫지 싶어 현장에서 질러 버렸네요.

 

텅텅 비고, 조용한 곳에 앉아 있다 보니... 돈 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람선은 차례로 2개의 신사를 지납니다.

아까 걸어 봤던 하코네 신사부터 더 안쪽에 있는 하코네엔과 쿠즈류 신사까지 멀리서나마 볼 수 있었네요.

 

하코네엔을 지날 때에는 수상 버스도 보였는데, 유람선 하고는 또 다른 재미일 듯싶네요.

 

 

바람이 차서 선실에서 얌전히 밖의 풍경을 보며 쉬던 중, 도겐다이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오늘 일정도 슬슬 끝나가는군요.

 

 

아까 탈 때에는 못 봤던 것 같은데, 에반게리온 초호기 모형이 있었네요?

생각해 보니 이 하코네 일대가 에반게리온의 배경이기도 했죠.

 

요즘은 애니메이션을 열심히 보진 않는지라, 오히려 이런 옛날 애니메이션 상품이 보여야 반갑습니다.

 

 

이번에는 할머니 핸드폰을 로밍해서 숙소로 전화를 걸어 봅니다.

사실 걸어서도 10분도 안 걸릴 거리인지라, 송영 버스도 금방 오네요.

 

오늘은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날인지라 사람이 줄었을 줄 알았는데, 식당이 벌써부터 분주한 걸 보니 그건 아닌 모양입니다.

 

 

잠깐 숙소에서 쉬고 나니 이내 프론트에서 식사 준비가 됐다는 연락이 옵니다.

내려가니 먹음직스럽게 잘 차려진 전채요리와 식전주가 있네요.

 

오늘은 사케 하나를 골라 돗쿠리로 시켜봤습니다.

무슨 사케인지 핸드폰으로 찍어놓은 줄 알았는데, 저장을 안 했나 보네요...

 

뭔가 준마이에 긴조, 도쿠베츠. 읽을 줄 아는 글자 세 개만 보고 시켜 봤습니다.

 

 

소 타다끼와 도미 조림.

할머니께서 생선을 좋아하시는지라 도미 요리를 무척 마음에 들어 하시네요.

확실히 연세를 드시고 달짝지근한 맛을 좋아하시는데, 이쪽 음식이 입에 잘 맞으시는 모양입니다.

 

물론 타다끼는 조금 남기셨는데, 오히려 좋습니다(?).

 

 

전복을 화로에서 구워주길래 기대했는데, 갑자기 팬에서 버터랑 같이 볶아 주네요.

저는 질 좋은 해산물에 버터가 들어가 버리면 오히려 버터 향만 나서 싫어하는지라 아쉽습니다.

 

뭐, 그래도 맛있었지만요.

 

 

식사는 스키야끼와 밥, 그리고 후식으로 이어집니다.

도미 조림만 해도 밥반찬으로 딱이다 싶었던지라 늦게 나온 밥이 아쉽네요.

 

쌀도 제법 괜찮은 녀석을 쓰는지, 밥맛도 꽤나 좋습니다.

제 입맛이야 햇반 입맛이지만, 할머니 입맛에도 맛있다 하시니 이 정도면 진짜겠네요.

 

연박을 해서 같은 요리가 나올까 조금 걱정했는데, 가이세키의 구성이 전반적으로 바뀌어서 나온 덕에 이틀 연속으로 즐거운 식사입니다.

 

 

올라오니 야식도 구성이 바뀌었군요.

유부초밥은 배부른 상태에서 먹기 조금 힘들었는데, 이건 좀 반갑네요.

 

 

내일 오전 일정은 전부 빼놨으니, 체크아웃할 11시까지 푹 쉬기만 하면 됩니다.

흐린 하늘에 어제처럼 별이 보이진 않지만, 한결 서늘해진 공기 덕에 노천탕 쓰기는 더 좋아졌네요.

 

푹 자고 나서 내일 새벽에 비가 안 온다면 어디를 달려볼지 코스를 뒤적이며 탕에 몸을 담급니다.

 

2023. 0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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