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기슭 곳곳에 집이 한 채씩 박혀 있는데, 참 낯선 풍경입니다.
이 근처가 원래 하코네라 불리던 곳은 아닐 것 같고... 아마 철도, 케이블카와 함께 발달한 지역일까요?
여기서 고라까지는 케이블카가 이어줍니다.
승강장도, 열차도 다 경사에 맞춰서 만들어진 게 재밌네요.
고라까지 한 번에 내려가려다가, 하코네 프리패스로 고라 공원을 무료로 갈 수 있다는 게 기억나서 코엔카미에서 내렸습니다.
어차피 공원을 가로지르고 나면 이 다음 역인 코엔시모 역. 거기서 고라는 걸어서도 갈 거리니까요.
고라 공원은 1914년에 개장한 일본 최초의 프랑스식 공원이라고 합니다.
본래 평지에 짓는 편인데, 하코네에서 공원을 지을 만한 평지를 구하긴 힘들었는지 특이하게도 경사를 따라지어 놨네요.
중앙에는 히말라야 삼나무가 있는데, 공원 여느 장소보다 더 이목을 끕니다.
이렇게 키우려면 얼마나 걸릴지, 관리는 얼마나 잘했길래 이렇게 곧고 예쁘게 가지를 폈는지 궁금하네요.
나무 한 그루를 보고 멋지다고 느낀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오다와라에서도 벚나무들 싹눈이 튼 게 보였는데, 여기는 볕이 좋아서인지 벌써 개화한 녀석들이 있네요.
흐드러지게 핀 벚꽃도 좋지만, 이럴 때 보는 벚꽃도 나름의 매력이 있어서 좋습니다.
잠시 분수 근처의 벤치에 앉아 숨을 좀 고르고, 고라 역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봅니다.
고라 역에 오니, 말 그대로 인산인해네요.
토겐다이에서 오와쿠다니를 거쳐 넘어오길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행히 지금 내려가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기에, 그다지 붐비지 않는 열차에 탈 수 있었네요.
고와키다니 역은 지척이다만, 마침 운전석 바로 뒷자리에 앉아 조금 더 재밌게 갈 수 있었습니다.
저도 어릴 때에는 기관사를 동경해서 행선판도, 조종간도 종이로 만들어서 놀았던 적이 있었는데 말이죠.
아니나 다를까 할머니가 그때 얘기를 하시니, 그 밖에 잊었던 사소한 기억들도 함께 떠오르네요.
제 옛날 모습을 저 말고도 함께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멋진 일입니다.
2023. 0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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