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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베스트셀러에 올라와 있던 책을 한 번 읽어봤습니다.

 

참사, 그리고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

요즘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생각하면 이 책이 왜 요즘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자신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아름다운 나날을 보내고 있음을.

 

슬픈 이야기입니다.

탈선 사고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사람을 잃었고, 그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친구, 부모, 애인, 남편.

누구에게나 곁에 있고, 언제나 곁에 있을 것이라 막연히 생각하는 인연이기에 그들과 함께하는 일상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천천히 고민해보면, 모든 것이 기적 같은 인연이죠.

 

상실의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들이 여태 줬던, 일상의 행복함에 고마워하는 마음이 상실을 극복할 수 있는 시작이 될까요?

 

'멈춰 있던 제 시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책에서는 작은 기적이 일어납니다. '유령 열차'를 통해 죽은 자와 만나고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죠.

그들의 시간은 소중한 사람과 마지막을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얻으며,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지만, 그조차도 쉽지 않습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야 소중한 사람을 잃은 것을 납득하고 다시 움직일 수 있을까요.

책은 기적 속의 만남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 나가지만, 읽는 내내 현실과의 괴리에 마음 한편이 먹먹해집니다.

 


 

전대미문의 대참사임에도 불구하고 반성은 커녕 끝까지 책임을 떠넘기는 꼴을 보니 열불이 터졌다.

 

우리 사회는 인간으로서는 평등하지만, 책임으로서는 평등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더 많은 책임을 안고 있고, 그 대가로 타인보다 더 많은 부와 명예를 가져갑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부와 명예는 선불로 쥐어주기 마련입니다.

 

책임을 다 한다면 책임을 추궁당할 일이 없습니다.

물론 천재지변도 있고 흔히 말하는 재수 옴 붙은 경우도 있겠지만, 이러한 사례는 우리에게 교훈이 될지언정 분노를 일으키진 않습니다.

대게 우리는 대가를 받고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에 분노하게 됩니다.

 

남들에게 인사 받고, 똑같이 숨 쉬고 살아가면서 남들보다 더 많은 대가를 얻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능력에 대한 보상, 책임에 대한 대가.

이 두 가지 중 우리 사회의 책임자들은 능력에 대한 보상이라고만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모든 것을 예상하고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더 능력이 있는 사람을 책임을 지는 자리에 앉히기 마련입니다.

보다 넓은 시선으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슬픔을 막아야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러한 원리에 대해 부정당할 때,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부정함에도 불구하고, 대가는 부정하지 않기 때문이죠.

 


 

피도 눈물도 없는 질문 공세는 우리의 마음에 무수한 생채기를 냈다.

 

우리 사회의 몇가지 병폐들을 글 속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마녀사냥, 메스컴의 배려 없는 취재 행태, 왕따.

 

이런 것들은 나라에 상관없이 어디든 존재하는지 마치 우리나라에서 쓴 소설이라는 착각마저 듭니다.

참사만으로도 충분히 괴로운 사람들을 떠미는 수많은 구설수와 행동.

소설에서는 그로 인한 괴로움을 나타낼 뿐, 어떠한 해결책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문득 이렇게 독후감을 쓰며, 어떤 것이 사람들을 저렇게 무분별하게 만들까 하는 생각을 해봤지만.

그러한 것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표현하기 너무 편해진 것이 문제일까요?

아니면 그것에 대한 반응이 즉시 돌아오기 때문일까요.

나의 말과 행동이 나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에, 더이상 남을 배려하지 않게 되는 걸까요?

 

먼 훗날, 지금의 시대를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할까요.

단어 하나로 표현하자면. '무책임'의 시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신의 표현에도 책임이 따르지 않는, 그런 시대니까요.

 

어쩌면 그런 무책임한 우리들이 만들어낸 사회이기에, 우리가 책임을 기대하는 사람들 마저도 무책임한 걸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최근의 참사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읽기는 힘든 책입니다.

사고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는 사람들에게 보다 더 분노하고, 상실한 사람들에게 보다 더 공감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이겠죠.

 

단순히 책만 말하자면, 사실 뒤로 갈수록 조금은 깨는 이야기들이 있던 것도 사실입니다.

잔잔하고 누구나 있을 법한 이야기에서,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들이 섞이기 시작하니 집중이 영 안되더군요.

 

그래도 중간까지는 절절한 안타까움을 함께 느끼며 읽은 책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근처의 소중한 인연을 모두 다루고 싶지만, 그 모든 인연에 서로 다른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했던 욕심이

책의 뒷부분에서는 점점 우리 근처에서 먼 이야기로 만들게 된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사실 우리 근처의 모든 인연들은, 의외로 큰 기적이나 이야기 없이 만들어지는 인연들이니까요.

그렇기에 더욱 소중한 것이고요.

 

2022.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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