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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방.

바다지기 2022. 9. 4. 07:00 댓글확인

오래간만에 데이트로 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태풍이 올라오긴 하는지, 하늘이 잔뜩 흐리고 바람도 제법 부는 날이지만 아직은 괜찮으니까요.

 

오랜만에 왔으니 1층부터 싹 둘러보긴 했습니다만, 오늘 여기에 온 이유는 '사유의 방' 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 2층에 올라가면 한쪽에 마련된 전시실이 있습니다.

방의 이름은 '사유의 방'.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2점이 모셔져 있는 곳입니다.

 

입구는 마치 작은 극장에 들어가는 느낌마저 들게 해 줍니다.

 

 

안쪽으로 들어서 어두운 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한쪽 벽으로 미디어아트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장줄리앙 푸스의 '순환'. '등대'라는 작품도 나온다고 합니다만, 제가 지나가는 순간에는 '순환'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끝없는 물질의 순환, 그리고 확장.

 

작가는 어떠한 것을 생각해보라는 의도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저에게는 영원히 사유해 온 두 불상을 만나기 전, 머리를 깨끗이 비우게 해주는 공간이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멍 때리고 지나갔습니다. 그러라고 있는 곳 같았으니까요.

 

 

안은 약간 어수선할 때도 있고, 조용할 때도 있습니다.

앞의 미디어아트 덕에, 보통 미디어아트가 끝나고 사람들이 몰려 들어오며 한 번 북적이고 이내 조용해지고를 반복합니다.

 

조금만 기다려볼까 합니다.

 

 

 

 

어떻게 보면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고민하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어떠한 답을 얻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편안해 보이기도 합니다.

 

나란히 두 불상이 사유하는 모습을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어딘가 나의 고민이 씻겨져 나가는 느낌마저 듭니다.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평온을 얻을 수 있다는 그 모순이 어쩌면 두 조각을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아마도 그런 모순은 저들이 고민해주는 것이, 나의 고통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겠지요.

 

 

힘든 순간, 함께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소중한 사람이 있음에도, 나의 고통으로 하여금 그들도 함께 고민하고 고통스러워질까 쉽게 말 못 하는 순간도 분명 있습니다.

 

그런 순간, 한 번 사유의 방을 찾아가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여태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나와 당신을 위해 사유하는 두 존재가 있는 곳이니까요.

 

2022. 09.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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