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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으려 박물원 밖을 나갈 수도 없는 일이니, 4층의 식당에서 때우기로 했습니다.

우육면과 샤오롱바오를 하나씩 시켰는데, 값은 꽤 비싼 편이네요. 아무래도 관광지니 별 수 없지만요.

 

맛은 평범합니다만, 그래도 여기에 커피까지 한 잔 마시고 나니 다시 힘이 솟는군요.

 

 

시, 서, 화에서 어려운 점은 일단 시와 서가 무슨 뜻을 의미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시작합니다.

한자를 알아도, 대부분의 서예 작품이 우리가 아는 글씨체로 쓰이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더하죠.

 

이름이 날린 소식, 두보 등의 명인의 작품, 혹은 사대기서 정도의 문헌이 아니라면 사실 외국인인 저로서는 크게 관심이 동하지 않네요.

 

다만 그럼에도, 이 한궁춘효도는 한참을 봤습니다.

입구의 복도부터 길게 미디어 아트로 구성한 점도 있었지만, 일단 작품의 크기에서부터 주는 느낌이 있으니까요.

역시 저 같은 문외한에게는, 가장 단순한 것으로 어필해야 감동을 받나 봅니다.

 

명 시대의 구영이 그린 한나라 시절 궁궐의 풍경으로, 모든 사람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생동감이 있고 각자 달리 움직이고 있습니다.

한쪽부터 다른 한쪽으로 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서사를 보는 느낌마저 드네요.

 

 

박물원 입구에서 1층 내려와 보니 정 중앙에는 쑨원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신해혁명을 이끌고 청나라를 종식시킨 뒤 세워진, 동아시아 최초의 공화국인 중화민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위인이죠.

 

유독 중국 쪽 근, 현대 위인이 저평가되는 경향이 강하지만 그럼에도 쑨원의 업적을 마냥 절하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지금 생각에는 당연한 그의 삼민주의와 오권분립, 오족공화지만,

수천 년을 지배하는 왕조 밑에서 살아온 이 문화권에서 쉽게 떠올릴 만한 것도, 구체화할 만한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다만 그가 구하고자 한 인민의 대상과 요즘의 중화를 생각하면 그의 업적이 미완을 넘어 실패로 다가가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정의 의미를 되새기고 나니, 문득 고궁박물원 입구 정중앙에 있는 이 정이 달라 보입니다.

뭔가, 이 유산들을 갖고 있는 우리가 정통성 있는 후계임을 외치는 느낌이 드네요.

 

과연 그들에게 자신감을 줄 만한 그런 문화유산들이 한가득 있는 보고였습니다.

언젠가 중화에 여유가 깃든다면 분명 좋은 쪽으로 본인과 이웃들에게 영향을 주겠죠, 그것이 문화의 힘이니까요.

 

 

한나절을 실내에서만 있어서 조금 답답한 감이 있었는데, 박물원 한편에 잘 꾸며진 정원이 있네요.

잠시 바깥바람도 쐬고, 인상 깊었던 유물들에 대해서는 조금 정보도 찾아보면서 쉬어 갑니다.

 

어제와 달리 해가 떠서 그럴까요, 생각보다 더워지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어제가 특이한 날이었나 봅니다.

 

 

박물원을 떠나는 길에 만난 검은 고양이.

쭉 보고 있길래 이뻐서 사진 한 장 찍으려고 카메라를 꺼내니 고개를 획 돌리고 갈 길을 가네요.

 

 

이제 다시 스린에서 이동할 시간입니다.

다음 목적지는 타이베이 101, 다만 가는 길에 잠깐 역에 들러서 내일부터 사용할 THSR Pass를 미리 예매하고 넘어가야 됩니다.

 

배가 고픈 건 아니지만, 사실 점심이 엄청 맛있는 그런 것은 아니었으므로... 뭔가 사람들 줄 서있는 곳을 보니 또 만두집이네요.

 

만두집에 일본어 메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뒤 뭔가 자신감 있게 들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에는 니라망 1개, 여기는 바닥을 바삭하게 튀긴 듯한 맛이 나는군요. 이 만두는 한 개만 먹어도 속이 든든해져서 참 좋단 말이죠.

 

배도 채웠고, 갈 곳도 정해졌으니 이제 이동할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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