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오늘 오후도 잘 다녀왔으니, 이제 오늘의 하루를 마칠 식당에 찾아가보자. 전차를 타고 ‘다사키바시’에 내려 ‘텐고쿠’를 향한다.
구마모토를 상징하는 요리 중 하나인 말고기 요리를 먹기 위해 왔는데, 어째 가게 밖 분위기가 편한 차림으로 가도 되는 건지 조금 망설여진다. 예약을 했어야했나 싶었는데, 다행히 가게 안에는 자리가 제법 있다.
어느 부위가 맛있는지 모를 때엔, 세트메뉴를 시켜서 먹어보면 된다. 첫 시작은 간이다. 아직까진 다른 고기와 별다른 차이를 못 느끼겠지만, 평소에 간을 좋아하는지라 꽤나 기분 좋은 시작이다.
이번엔 조금 더 ‘말고기 회’ 같은 요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가게에 비치된 소스와 먹으니, 확실히 다른 고기에 비해 맛은 연한데 식감이 참 특이하다. 맛 자체는 소나 돼지에 비해서는 연한 편, 향이 역하다는 사람도 있던데 그건 잘 모르겠다.
낫토와 함께 버무린 말고기. 특유의 쫄깃한 식감이 낫토의 미끈한 식감과 어울려 제법 괜찮은 느낌이다. 낫토 향도 잘 잡힌 편이고, 별 부담 없이 후루룩 먹을 수 있겠다.
타다끼도 나왔는데, 살짝 훈연을 하니 확실히 향이 살아나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다지 기억에 남는 향은 아니었고, 역시 식감만 기억에 남는다.
왠 냄비가 나오나 싶더니 ‘호루몬야끼’는 이런 곳에 해주는 모양이다. 네발 달린 짐승의 내장이 맛이 없을 리가 없으니 이건 의심 없이 털어 넣는다.
다음은 ‘말 혀’이다. 소 혀인 ‘규탕’은 많이 먹어봤는데, 확실히 이건 처음이다. 개인적으로 혀 요리는 두껍게 저민 고기를 좋아하는데, 이건 너무 얇아서 좋아하는 느낌의 혀 요리는 아니었다. 뭔가 안 구워서 그런지 느낌이 한층 더 이상하기도 했고, 딱 경험상 먹어볼만 한 요리다. 이렇게 말했지만, 또 가게 되면 또 먹겠지 싶다. 그 특유의 미끈하면서도 탄력 있는 씹는 맛은 꽤 강하게 기억에 남는다.
갑자기 초밥이 나온다. 사실 생고기만 계속 먹어댔더니 밥이 그리웠기에 두 점 남짓한 쌀밥이 꽤나 반갑기도 했다. 뭔가, 입속에 남은 핏기를 싹 씻어주는 느낌의 요리다.
마지막으로 말고기를 넣어 끓인 장국을 내주며 세트 요리가 끝난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번에 구입한 JR Kyushu Pass로 이 식당에서 ‘말 갈기살 요리’를 공짜로 먹을 수 있었다는데, 이미 구마모토에서 하카타로 돌아가는 신칸센에서 알게 된 소식인지라 소용이 없었다. 하필이면 딱 하나 못 먹은 요리가 특전이었다니...
뭐 하나를 놓치긴 했지만 대식가를 자처하는 나도 이 정도로 먹고 나니 도저히 뭘 할 여력이 없어 바로 숙소로 돌아가 숙소의 라운지 바에서 노미호다이로 한껏 마신 뒤 하루를 마쳐본다. 뭔가, 옆에 앉은 아저씨와 사뭇 진지한 이야기를 한 것 같기도 한데 이런 것도 재미라면 재미겠지.
2018.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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