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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닦인 길로 순천만을 향해 한참을 달리던 중, 왼편으로 산 속에 위치한 마을이 보인다. 이상하게 오늘은 금빛 벌판이 끌리는 날인데 이런 들판을 보고 어찌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까 싶다. 잠시 차를 멈추고 사진기를 통해 풍경을 감상한다. 하늘은 구름으로 가득 찼지만, 그 사이사이 보이는 하늘로 가을이 느껴진다.

 



카페에서 베이글을 먹은 뒤로 따로 끼니를 챙기지 않았기에 꽤나 배가 고프다. 이대로 바로 순천만으로 향해봤자 힘들게 자명하니 벌교에 들러 꼬막이라도 먹어보기로 한다. 꼬막 정식을 시키니 별의 별 요리를 다 꼬막으로 해서 내놓는데, 워낙 허기졌던지라 개 눈 감추듯 먹어버린다. 뭐 다양한 요리의 종류를 보니 시도는 좋은데, 아쉽게도 역시 제일 좋은 방법은 잘 무친 꼬막을 밥에 비벼 먹는 것이다. 여기에 비하면 전이니 탕수니 하는 것들은 모두 다 잠깐의 즐거움일 뿐이다.

  



이곳으론 이젠 흔치 않은 로컬선인 경전선이 지나간다. 마침 순천으로 가는 무궁화호가 시간표에 보이기에 마땅한 장소를 찾아 카메라를 겨눠본다.

 


하지만 벌써 열차는 순천역에 들어간 지 오래였고, 아쉬운 마음에 마침 건널목을 지나던 분들을 담아본다. 평소에도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곤 하는데, 이 근처의 길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대학교 때만 해도 자전거 타고 여행을 다니곤 했는데, 이젠 왠지 여행은 편해야 된다는 생각이 강해져서 자전거에 여장을 싣는 것이 꺼려진다.

  


중간에 순천 시내를 통과하며 커피를 한 잔 마신다. , 커피 혹은 차, 관광, 그리고 다시 밥, 커피 혹은 차, 관광. 이렇게 두 번, 체력이 되면 세 번. 요즘 내 여행의 작은 법칙이다. 관광지를 한 곳이라도 더 보기 위해 바삐 움직이는 여행보단, 어디든 좋으니 맛있는 음식과 향긋한 음료를 마시며 책 한 줄 읽는 것이 더 행복하다.

 


순천만의 갈대숲을 보고 싶기도 하지만, 이왕 차를 빌렸으니 일몰로 유명한 와온 해변으로 향해본다. 너른 논을 커다란 송전탑이 가로지르는데, 어느덧 송전탑보다 더 낮게 깔린 햇빛과 어울려 만들어 내는 풍경이 보통이 아니다. 사진을 찍고 하늘을 채운 구름들을 올려다보니 오늘 해가 지며 보여줄 풍경을 잔뜩 기대하게 만든다.

 


부둣가에 도착하니 꽤나 외진 곳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맨 처음엔 앞에 보이는 넓은 바다가 순천만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쪽이 순천만이었다. 하늘은 조금씩 어두워지고, 섬 뒤로 자욱하게 안개가 깔리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변덕이 든다. 여기 말고, 다른 곳에서 순천만의 일몰을 보고 싶어졌다.

 



조금은 급하게 이동한 감이 있지만, 그래도 다행히 늦지 않았다. 아쉽게도 낮의 하늘에 비하면 한없이 아쉬운 일몰이지만, 이곳에 처음 온 나로서는 비교할 대상이 없으니 그저 하늘이 만들어내는 오묘한 빛에 감탄할 뿐이다. 다만 찍다보니 어딜 찍어도 비슷하게 나오는 것 같아 피사체로서는 조금 심심하다 느낄 즈음, 앞에 있던 건물에 불빛이 들어오고, 또 다른 느낌의 사진을 안겨준다. 삼각대를 안 가져온 것이 꽤나 아쉬워지지만, 숨을 참고, 한 장, 한 장에 집중해서 셔터를 누른다. 그럼에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때 까지는 꽤나 많은 장수의 사진이 필요했다.

  


멀리 사진에 열중하고 있는 분이 보인다. 바라보는 장소를 보니 아까 섬 뒤로 깔리던 안개를 찍으시나보다. 그러고 보니 우리도 근처에서 노을을 기다리며 촬영하던 분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는데, 아무래도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다 보니 화제는 사진이라는 취미에 대한 예찬일색이었다. 엄연히 낯선 장소에서 만난 낯선 사람이지만 서로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치 오래 전부터 알던 사람처럼 얘기를 나누게 된다. 마치 사진을 나눠 본 것이 아닌 짧은 자서전이라도 나눠 읽은 것처럼 말이다.

 


숙소에 돌아와 차를 주차하고 근처의 닭집에 맥주나 한 잔 하러 들른다. 집에서도 마늘치킨을 시켜 본 적은 있는데, 이 녀석은 가히 내 인생에 남을 치킨이라 할 만 하다. 훌륭하게 살아있는 마늘의 풍미와 다 먹을 때 까지도 바삭함을 유지하는 튀김옷, 그리고 닭 자체의 맛 또한 부족함이 없다. 아쉬운 점이라면 생맥주가 카스뿐이어서 칭따오를 마셨다는 것 정도일까? 얼마나 마늘의 존재감이 강했는지 계산을 하고 나왔는데도 입가가 마늘 덕분에 어릿하다.

  


마늘향을 풀풀 풍기며, 부른 배를 안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은 새벽부터 움직여야 하니 미리 아침 일찍 나간다고 주인 분께 귀띔을 드리고 오늘의 여행을 돌이켜본다. 꽤 여유로운 일정이었건만, 보고 느낀 게 많았던 걸까? 여느 여행보다 정리할 생각과 느낌이 많은 밤이다. 잠깐 사진을 정리하며 물이나 마시고자 나온 휴게실에서 제법 시간을 보낸 뒤, 더 늦어지면 내일이 고달프겠다 싶어 잠자리에 든다.

 

2017.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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