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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비게이션이 구형인지 길을 조금 헤매긴 했지만 송광사에 도착했다. 의외로 주차비는 없었지만 근처의 식당에서 식사를 권유해오는 점이 조금 불편하다. 다가오는 호객을 좋게 거절하며 식당가를 뒤로하고 송광사로 가는 길에 들어서니 이내 계곡을 따라 아름다운 길이 이어진다. 아직 절의 입구에 도착하지도 않았건만 벌써부터 기대가 커진다.

  


송광사의 입장료는 3천원이었다. 현금이 없어서 카드로 지불하려 했건만 매표소에 카드, 현금영수증은 발급이 안 된다고 적혀있다. 카드야 아직도 동네 작은 가게에서는 수수료를 이유로 거절한다만, 현금영수증까지 거절하는 것은 어째 속이 뻔히 보여서 참 보기 안 좋다. 현금이 없으면 계좌이체를 하면 된다고 하니 친절함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에, 이렇게 세속적인 절이라니. 말 그대로 돼지 목에 진주다.

 



조금은 기분 나쁜 시작이었지만 그럼에도 근처에 펼쳐지는 풍경은 말 그대로 진주 같았다. 이 아름다운 계곡이 단풍으로 물들 무렵이나, 소담히 내린 눈에 하얗게 덮인 모습을 생각해보면 이곳을 앞으로 몇 번을 더 와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작은 편백나무 숲이 있다. 예전에 갔던 일본의 온천에서 탕이나 사우나를 만들 때 쓰는 재료로 본 적은 있는데 이렇게 숲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처음 본다. 아침부터 시작된 비염에 코가 제법 막혔는데도 향긋하게 풍겨오는 향이 제법 강하게 느껴진다.

 



송광사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 흐르던 신평천은 제법 빠르게 흐르던 계곡이었는데, 여기선 거짓말처럼 조용하게 고여 있다. 물가에 비친 나무와 하늘의 모습이 아름다워 잠깐 서서 담아본다. 잠시 집중을 풀고, 눈에 힘을 빼고 바라보다보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 위인지 고민할 정도로 맑은 물은 깨끗하게 하늘을 투영한다.

 


송광사 입구에 거의 다 왔음을 알려주는 비석들. 나름 한자는 배웠기에 전각의 이름이나 간단한 비문을 보면 읽곤 하는데, 저 정도 길이의 한문을 보면 그저 아득하게 느껴진다. 그냥 보내기엔 조금 아쉬워 사진을 찍으며 보니 어느덧 하늘이 맑게 개어있었. 방금 전에 본 반영이 괜히 아름다웠던 게 아닌 모양이다.

  


물질에 찌든 시작을 보여준 송광사이지만, 길을 따라 올라오며 본 풍경에 여러모로 기분이 풀린다. 아름다운 건 산과 절인데 거기에 빈대마냥 빌붙어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는 사람들이 있는 절이지만, 문 안으로 비치는 고요한 풍경을 보니 이 산과 절은 그 욕심마저도 푸근하게 감싸주는 모양이다.

 

2017.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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