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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cure/Heart

톡톡

바다지기 2023. 6. 2. 05:25 댓글확인

 

 

오랜만에 일본에서 친구가 귀국했습니다.

 

일본 여행기에 가끔 보이던 W가 간만에 한국에 왔고,

오랜만에 기념으로 한 턱 산다고 했는데 설마 코스로, 그것도 디너를 먹게 될 줄은 몰랐네요.

 

 

들어가서 메뉴 구성 중 골라야 할 것을 고르고, 와인도 한 병 주문하니 대뜸 랍스터 한 마리가 나옵니다.

이 녀석을 이제부터 조리할거라고 하는데, 갑자기 생으로 쪄서 나오는 줄 알고 당황했네요.

 

Lobster, 랍스터

 

이내 조리해서 나온 랍스터.

크림 소스에 묻혀, 아스파라거스랑 곁들여 먹으니 입맛을 꽤나 돋웁니다.

 

시작 치고 랍스터는 좀 무겁지 않나? 싶었는데. 괜찮네요.

 

 

클렌징 용으로 고로수 수액을 이용한 스프가 나옵니다.

스프라기 보단, 푸딩과 젤... 그 사이 어딘가의 느낌이 드는데 안에 들어간 허브 덕분인지 한결 더 산뜻한 느낌이네요.

 

약간은 구강세정제를 사용한 느낌마저 듭니다. 마치 식사 전 처럼 입 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네요.

 

 

 

 

 

허전한 속을 달래주기 위해 나온 빵, 버터, 살라미.

살라미를 얹어서 한 입 먹고, 살라미만 먹고 싶어서 한 장은 그냥 그대로 입에다 넣었습니다.

 

제가 뭐 미식가는 아닌지라, 말 그대로 맛있네요.

 

Beef Tartare, 비프 타르타르

 

얼마전에 블루핑크메롱에서 타르타르를 굉장히 맛있게 먹었죠.

이번에는 그때보단 한층 더 본연의 맛에 가까운 느낌의 타르타르를 먹어보네요.

 

소스가 딱 세 곳에 찍혀 있으니, 왠지 세 입에 먹어야 할 것 같은 느낌.

평소 성격 같았으면 숟가락으로 반 딱 퍼서 입에 가득 넣고 먹었을텐데요.

 

Isabelle et Pierrre Clement, Menetou-Salon “La Damn de Chatenoy” 19’ sauvignon blanc (140,000원)

 

뭔가 이상하게, 이 모임과 만나게 되면 항상 제가 운전자네요.

예전에 셋이 요이치 증류소에 갔을 때에도 제가 운전을 해서 한 잔도 못 마셨었는데 말이죠.

 

오늘의 와인도 아쉽지만 혀만 살짝... 생각보다 달게 다가오는 첫 맛에 조금 당황했는데 금방 드라이해지네요.

이거에 곁들여 먹었으면 참 좋았을 것 같은데, 일단 물이나 마셔 봅니다.

 

Pumpkin Ravioli, 울릉도 호박 트러플 라비올리

 

울릉도 호박을 써서 만들었다는 라비올리.

호박엿은 알아도 호박 자체가 유명한 줄은 몰랐는데요.

 

달짝한 소스가 안의 속, 그리고 트러플과 어우러져 꽤나 든든하게 속을 채워줍니다.

 

??

 

메뉴를 보면 ?로 나온 비밀 메뉴가 하나 있는데, 오늘은 장어였네요.

아래는 오르초는 아니고, 뭔가 설명을 들었는데 까먹었습니다.

 

이렇게 놓으니 꼭 초밥 같아서 젓가락으로 먹고 싶어지네요.

 

Butter Fish, 덕자병어

 

뜨거운 육수를 부어 바로 익혀서 먹는 느낌의 요리입니다.

겉을 바삭하게 구워서 익힌 병어의 맛도 좋았지만, 멸치육수가 저는 특히 좋았네요.

 

직전에 장어로 입 안이 꽤 진하게 여운이 남았었는데, 깔끔하게 다음 요리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Top Blade Beef, 부채살

 

2만원을 더 내고 채끝등심(서로인)으로 바꿀 수도 있긴 합니다만, 부채살이라는 부위를 어떻게 해줄지가 더 궁금했네요.

맛은... 감탄입니다.

 

부채살로 어떻게 이런 식감과 맛을 낼 수 있는지 궁금하네요.

양은 두 점입니다만, 반대로 조금 더 있었으면 조금은 물릴 수도 있을 정도로 고기와 소스의 맛이 진합니다.

식감은, 이거 부채살 아닌 것 같네요. 이 정도 되니 서로인은 어땠을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부채살에 정신이 팔려 옆에 같이 나왔던 이 녀석은 잊고 있었네요.

미안하다, 난 육식주의자라...

 

뭐, 입가심으로 싹 먹어줬습니다.

 

Pasta, Truffle Cream Pappardelle, 트러플 크림 파파르델레

 

천천히 먹다 보니 이미 배가 부르긴 합니다만, 그래도 파스타를 마다할 건 없죠.

라자냐, 뇨끼, 파파르델레, 데일리 파스타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는데, 넙적한 녀석도 한 번 먹고 가고 싶었습니다.

 

Exotic Creme Brulee, 이그조틱 크램브륄레

 

어느덧 두 시간 가량 이어진 식사의 끝. 크램브륄레가 나왔네요.

옛날에 '먼 나라, 이웃 나라'를 읽었을 때, 어떻게 식사를 두세시간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갔는데... 이렇게 먹으면 되는 거군요.

 

디저트는 디저트 답게, 크게 한 입. 그리고 두 입에 베어 물어봅니다.

 

 

마지막 디저트까지, 깔끔하게 완료.

코스의 금액은 17만원, 프렌치던 컨템퍼러리던 자주 가기엔 확실히 부담이 있는 가격입니다.

 

다만 요즘 유행하던 각종 오마카세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쪽이 근본이고 가성비라는 생각도 드네요.

2~3시간 정도 좋은 공간에서 여유롭게 맛있는 식사를 하는 비용.

제법 괜찮다 생각됩니다. 간만에 식사 자체를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네요.

 


 

톡톡

서울특별시 강남구 학동로97길 41, 리유빌딩 3층

 

2023. 05.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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