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이번 여행의 본 목적이죠.
나름 소소한 버킷리스트에 있던 호텔 라운지에서 티 세트 먹어보기입니다.
일찍이 예약해 두기도 했고, 숙소도 바로 위에 있으니 예약 시간까지 누워서 뒹굴다가 연락을 받고 내려가 봅니다.
시작은 샴페인 베이스의 칵테일과 스콘.
그래요... 이게 옳게 된 스콘이죠. 가끔 빵 냄새가 나는 벽돌을 스콘이라고 파는 곳들이 있어서 가슴이 아픕니다.
스콘은 부드럽고, 바삭하지 단단하지 않습니다.
티세트의 1층은 조금은 끼니가 될 수 있는 녀석들이라고 하네요.
사실 2층, 3층까지 다 먹으면 뭘 먹어도 끼니가 되긴 합니다만... 무튼 여기가 제일 안 단 녀석들입니다.
관자로 만든 요리, 김부각이라고 했다가 혼난 녀석, 새우와 캐비어를 올린 바게트, 연어 샌드위치.
뭐 하나같이 거를 타선이 없네요. 이 중 하나만 플레이트에 가득 채워줬어도 불만은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층부터 급격히 달달해지기 시작합니다.
유일하게 초코가 안 묻어있던 녀석마저 무화가가 한가득이네요.
초코도 하나같이 괜찮은 녀석을 쓰는지, 맛이 참 좋습니다.
딸기에 초코 묻힐 생각을 한 사람은 천재일까요? 그리고 저 딸기는 약간 복선의 성격을 띱니다.
3층은 딸기지옥... 아니 딸기천국입니다.
여기부터는 차의 도움 없이는 슬슬 혀에서 맛이 안 느껴지네요. 잘 씻궈가면서 먹어야 합니다.
2시간 정도 앉아있을 수 있기에 먹고 뭐 하지 하면서 아이패드까지 들고 왔는데,
먹다 지쳐서 쉬고, 다시 먹다 지쳐서 쉬고... 다 먹고 나니 이미 2시간이 다 돼 가네요.
라운지 이름답게 풍경도 꽤나 좋습니다.
문제는 여기 묵다보면 들락날락 계속 본 풍경이라... 의외로 감흥이 별로 없었다는 것 정도.
여긴 한여름에 와야 제맛일 것 같네요. 쨍쨍 내리쬐는 여름에, 시원한 곳에서 뜨거운 백사장을 바라보며...
하지만 겨울에 왔으니 이렇게 맛있는 딸기를 잔뜩 먹을 수 있었던 거겠죠?
소화도 시킬 겸, 기차 시간까지 애매하게 남은 시간도 때울 겸 마린시티로 걸어왔습니다.
좀 걸으려 하니 또다시 내리는 비에 결국 카페로 대피했네요.
속 비우러 와서는 결국 또 뭔가를 집어 먹게 되는 숙명.
날씨가 궂으니 애꿎은 위장이 고생하네요.
창 밖을 봤는데 테슬라에서 불기둥이 솟구치고 있어서 흠칫... 했는데 벽난로의 불이 비친 거였네요.
어이가 없어서 웃다가 한 장 찍어봅니다. 어떻게 딱 저기에 보닛이...
이래저래, 아쉬운 날씨긴 합니다.
뭔가 하려던 계획은 다 접어두고 앉아서 먹고 마시기만 하다 왔네요.
그래도 덕분에 흐린 부산을 경험한 짧은 여행이었습니다.
어느 순간이던, 항상 유일하니 소중한 경험이네요.
끝까지 흐린 날씨만 보여주던 부산, 이번에는 이 정도로 만족하고 올라가 봅니다.
파노라마 라운지 / 마린시티 / 캥거루포인트
2023. 0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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