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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눈을 붙였다 뜨니 거의 한 시간이 지나있다. 그대로 누워있을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짧은 여행에서 너무 여유를 부리다 보면 나중에 후회하기 마련이니 가기로 한 곳은 다 가기로 한다. 서울보단 훨씬 따스하다는 생각만 있었는데, 방에서 나와 거리를 걷다 보니 바람이 제법 차게 느껴진다.

 



따로 지도를 안 찾아보고 그냥 멀리 보이는 도쿄타워를 향해 걷는데, 죠죠지의 산게츠몬이 나온다. 절 안으로도 길이 나 있는 것 같아 밤중의 절에 들어간다. 법당 안은 불을 환히 밝히고 있다만, 어차피 들어가는 건 무리고 내일 오전에 다시 들를 예정이니 지금은 도쿄타워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가까이에서 보니 생각보다 훨씬 높다. 스카이트리가 주는 느낌과는 전혀 다른, 철골이라는 재료가 주는 느낌이 확실히 다가온다. 높이에 비해 훨씬 크게 다가오는 건 아마 그래서가 아닐까?

 


승강기를 타고 전망대로 올라간다. 아쉽게도 특별 전망대는 공사 중이라 갈 수 없지만, 오늘 높은 곳에서 보는 풍경은 질리도록 봐서 그런지 크게 미련이 남지는 않는다. 밖이 살짝 보이는 승강기이지만, 이걸 통해 야경을 보긴 조금 힘들어 보인다. 다만 눈앞으로 빠르게 스쳐가는, 불그스름한 조명을 받은 기둥들이 주는 느낌이 제법 좋다.

 


멀리 후지산과 함께 도쿄의 야경이 눈에 들어온다.

 



북쪽 전망대도 마찬가지로 보수중이고, 아무래도 창문도 있는지라 사진을 찍기 좋은 장소는 아니다. 사진을 찍는데 계속 와이어와 창문의 얼룩이 거슬려 돌아봤지만, 아무래도 마땅히 찍을 장소는 몇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아까 스카이트리에서 봤던 그 무채색의 풍경이, 밤에는 이렇게 다양한 색채를 보여준다는 것은 사진으로 남기지 않아도 뇌리에 꽤나 오래 남을 광경이다. 직장인 입장에선 그렇게 달달하게만 느껴지는 풍경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디선가 계속해서 듣기 좋은 음악소리가 들려와 TV에서 나오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전망대 한 쪽에서 연주가 한창이다.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들어보는 하프소리가 듣는 내내 너무나 감미로워서 자리 하나를 차지해서 계속 듣고 있었다. 정말, 너무도 달게 느껴지는 음색이다.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난 연주가 아쉬울 뿐이다.

  


연주가 끝나고 자리를 일어나는데 바닥에 익숙한 구조물이 보인다. 여긴 아래가 뭔가 빽빽해서 그런지 그렇게 무섭게 느껴지진 않는다. 반대로 말하자면, 보이는 게 뭐 없다. 옆에 기념품 가게가 있는 것 같은데 살만한 게 있는지 한 번 뒤져 봐야겠다.

 



여러 소책자와 입장권을 보관할 클리어파일과 향초를 담을 수 있는 컵을 산 뒤 타워를 내려온다. 돈 생각을 안 하고 간다면 이런 장소도 여행에서 괜찮은 장소인 것 같다. 분명 굳이 돈을 내지 않고도 볼 수 있는 더 멋진 야경도 많지만, 이 높이에서 보는 풍경은 오직 이 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거니까. 개인적으로는 입장료만큼 풍경이 보장되는 걸 원한다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그냥 그곳에 올라가고 싶다면, 한 번 쯤 올라가는 것이 좋은 경험으로 남을 것이다. 아마 지인과 도쿄에 다시 온다고 해도 둘 중 한 곳은 다시 올라가지 않을까? 아니, 혼자 오더라도 다음엔 낮의 도쿄타워와 밤의 스카이트리에 한 번 올라가 보고 싶다.

 


도쿄타워를 나와 식사를 위해 숙소가 있는 다이몬 근처로 걸어간다. 도쿄에 눈이 많이 왔다더니 아직도 그늘진 곳엔 그 흔적이 간간히 보인다.

 


길을 따라 심어진 나무 뒤로 어디서 계속 자잘한 소리가 들리기에 까치발을 들고 안을 살펴보니 동자승에 꽂힌 바람개비들이 돌아가는 소리였다. 사진으로도 살짝 오싹하지만, 저렇게 등을 돌리고 있는 동자승들의 모습이 꽤나 무서웠다. 왠지 갑자기 한 녀석이 고개를 돌려도 이상할 게 없는 분위기다.

 


다시 산게츠몬을 나와 숙소가 있는 번화가로 향한다.

 


오늘의 석식은 와라야키야 료마노토에서 책임진다. 숙소에서도 가깝고, 평점도 좋고, 한 번 쯤 일본에서 먹어보고 싶었던 타다끼를 주로 하는 가게이다.

  


1인 문화가 우리나라보다 더 일찍 자리 잡은 일본이라지만, 그래도 이런 술집에서 혼자 왔습니다.’라고 말하는 건 목에서 약간은 걸리기 마련이다. 적당히 작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기본 안주로 아귀 간 폰즈가 나온다.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녀석인데, 시작부터 느낌이 좋다.

 


점원이 추천한 가츠오타다끼를 시키고 폰즈를 쪼개 먹으며 기다리는데, 앞에서 짚불을 강하게 태우기 시작한다. ... 맛이 없을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나온 가츠오타다끼’. 한 입 먹는 순간, 그동안 내가 먹었던 타다끼는 거짓된 타다끼라는 생각이 든다. 항상 얼리듯이 차갑게, 후추 향 가득한 타다끼만 먹다가 이런 맛이라니. 잘 익은 겉과, 회와 같은 안의 촉촉한 질감의 차이가 입 안에서 조화롭게 자리 잡는다. 와사비랑 먹어도, 마늘이랑 먹어도, 뭐랑 먹어도 다 맛있다.

 


다음 메뉴를 뭘 시킬까 하다가, 첫 타다끼가 마음에 들었기에 다음도 타다끼로 한다. 장어와 고래가 있었는데, 호기심 반 지갑사정 반으로 고래를 시켜본다. 포항에서도 고래 육회를 먹어본 적이 있는데, 의외로 그 맛의 차이가 크지 않다. 아니 오히려 포항이 조금 더 맛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냥 고급 소고기를 먹자. 아니면 포항에서 고래육회를 먹던가. 뭐 그렇다고 맛이 없다는 건 절대 아니다. 그냥 가다랑어가 너무 맛있어서 기대치가 한없이 높아져 실망했을 뿐이다. 그냥 가다랑어 두 번 먹을 걸...

  


마음 같아선 메뉴 두 개는 더 시키고 싶다만, 생각보다 배가 차서 이쯤에서 디저트로 브레이크를 잡아본다. 가다랑어 살을 잘 갈아서 볼로 튀겨낸 녀석인데, 정말 안이 가다랑어로 꽉 차있다. 미약하지만 육즙이 느껴질 정도다. 소스도 그냥 겨자가 아닌, 유자를 살짝 넣었는지 상큼함이 튀김과 참 잘 어울린다. 소스를 살짝 찍어 한 입 베어 물고, 꽉 찬 가다랑어 살에 소스를 살짝 발라 우롱하이랑 삼킨다. 다 먹고 나니 이제 감자튀김 하나만 들어가면 될 것 같은데, 이건 호텔에 가서 먹기로 하자. 오는 길에 분명 맥도날드가 있었으니까 튀김은 거기서, 맥주는 편의점에서 사면 완벽하다.

 


감자 준비 완료. 맥주 준비 완료. 그런데 케챱이 없다? 일본도 굳이 말 안 해도 주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점원이 실수를 한 건지 짭짤한 감자만 덩그러니 누워있다. 조용히 맥주에 감자만 먹기엔 풍경이 좋은 것도 아닌지라 TV를 켰더니 아까 나가기 전에 스모를 하던 외국인이 우승을 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하루의 방점을 찍어주는 맥주를 마시며 일기를 쓰고, 정리하다 만 사진을 마저 정리한 뒤 잠에 든다. 조금 피곤하다만,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겠지.


2018.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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