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뚫린 길을 타고 쭉쭉 달리다보니 어느덧 호미곶에 도착했다. 어째 별 의미는 없어 보이는 커다란 것들이 여럿 보인다. 일출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안 찍고 가는 건 섭섭할 것 같다. 영일만은 연오랑, 세오녀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알기로 연오랑은 가난한 어부였던 것 같은데, 어째 동상의 복식은 귀족 중 귀족이다. 호미곶을 떠나 멋진 길을 타고 달리던 중, 탁 트인 풍경이 마음에 들어 방파제 근처..
감포를 출발해 동해를 따라 포항으로 가는 길에 도착한 구룡포. 아침부터 계속된 운전에 조금 피곤해졌고 마실 물도 떨어졌기에 잠시 멈춰 쉬기로 한다. 구룡포는 본래 작은 어촌이었는데,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 수산업자인 ‘도가와 야사부로’의 청원으로 어업기지화 된 뒤 지금에 이른다. 당연히 많은 일본인들이 이 근처에 살았고, 그 중 일본식 저택 한 채가 근대역사관으로 개수되어있다. 일본인가옥거리를 표방하지만, 대부분의 건물이 일본풍의 껍데기를 씌..
잘 뚫린 신작로를 타고 20분 남짓, 감포에 도착했다. 황남빵 덕분에 크게 배고프진 않지만, 잘 차려진 백반도 먹고 싶었기에 먼저 식당부터 들르기로 한다. 가게에 도착하니 마침 문을 닫고 계시던 아주머니, 죄송하지만 지금 식사할 수 있냐고 여쭤보니 흔쾌히 괜찮다고 해주신다. 가자미찌개 2인분을 주문하고 먹는데, 국물이 달짝지근하니 제대로 밥도둑이다. 가자미 물도 좋은 것 같고, 간만에 공기밥을 추가로 시켜본다. 왔던 길을 조금 되돌..
처음 만난 곳은 나한전. 나한이란 번뇌가 사라져 더 이상 윤회하지 않는 경지에 도달한 사람을 의미한다. 해탈은 했으나, 그 깊이가 부처에 못 미치는 자들로 보통 부처의 제자를 의미하기도 한다. 나한은 그 수에 따라 나뉘기도 하는데, 일단 설명에 의하면 이 나한전은 16나한을 모신 곳이라 한다. 나한전의 뒤편으로 나가, 다음 전각으로 향한다. 차례로 만난 비로전과 관음전. 비로자나불은 화엄경의 교주로 보통 사람의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불국사로 가기 위해 경주 시내를 가로질러 나가던 중, 황남빵 가게에 들렀다. 별 유래는 없고, 처음 만들어진 장소가 경주시 황남동 일대여서 붙여진 이름인 ‘황남빵’. 국산 팥을 썼다고 하는데, 맛으로 구분은 솔직히 못하겠다만 좋은 팥임에는 틀림없다. 달고, 찰지고, 쫀득하고, 아직 만든 지 얼마 안 된 건지 따뜻해서 정말 맛있다. ‘불국정토’에서 유래한 불국사, 의외로 정확한 건축 연대가 밝혀지지 않은 절이다. 세간엔 김대성의 설화..
초가집 지붕에서는 까치의 식사가 한창이다. 지붕 속에 벌레가 제법 있는건지, 계속해서 쪼고 먹고 반복한다. 향단으로 가는 길, 옆에 있던 가게에서 스리슬쩍 나와 짖던 강아지 한 마리. 좀 이따 가게에 한 번 들러볼까? 회재 이언적이 경상도 관찰사로 부임할 때, 그의 노모를 돌볼 수 있도록 지어준 건물인 향단의 뒤편은 아직도 사람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공간이기에 사진을 찍은 곳 외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사람들이 실제로 살아서 활기를 ..
교수님 사정으로 갑자기 공강이 생겼다. 요즘 논문 덕분에 꽤나 피폐한 하루하루였기 때문에, 이 틈에 당일치기로 여행을 다녀올까 해서 행선지를 골라보던 중 포항이 눈에 띄었다. 덕분에 논문 초록을 일요일까지 끝내고, 다녀와서도 발표 준비로 바빠질 예정이지만 일단 오늘은 다 잊고 즐겁게 다녀오자. 마침 오늘 쉬는 날인 K를 불러냈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 KTX여서 식사를 못했는데, 서울역에서 출발한 K가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사왔다. 오늘 먹부림..
Over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