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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딸린 노천탕은 수돗물 냄새가 많이 나긴 했지만, 그래도 위가 뚫려있어서 노천탕 기분은 낼 수 있었다. 전날과 달리 오늘은 멀쩡히 일어나 조식도 잘 챙겨먹고 일찍 가나자와 역으로 나왔다. 특급을 총 세 번 탈 수 있는 패스이기에 나머지 한 번은 가나자와에서 교토까지, 특급 선더버드를 이용한다.

 


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그리 먼 곳도 아니고 다음에 또 와야지 뭐.

 


계속해서 달리던 열차, 차창 밖으로 바다가 보이기에 뭔가 했더니 비와 호였다. 바다같이 넓은 호수를 지나자 이내 교토에 도착한다.

 



숙소에 수트케이스를 맡기고 로컬 열차를 통해 야마자키에 도착한다. 이번 여행의 핵심 중 하나인 야마자키 증류소에 가기 위해서 왔는데, 입구부터 할아버지들이 증류소 얘기를 하고 계신다. 왠지 조금 있다가 또 뵐 것 같다.

 


열차가 끊이지 않는 야마자키 증류소 앞의 건널목을 지나 도착한 증류소, 미리 예약을 해놨기에 입구에서 예약번호를 제출하고 패찰과 영어 가이드를 받았다.

 



견학 시간까지는 30분 정도 남았기에, 살짝 둘러보기로 한다. 하나하나 다 마셔보고 싶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이겠지.

 





지난번에 다녀온 요이치의 닛카 증류소는 실제로 가동되는 공장은 아니었는데, 여긴 지금도 가동되는 공장이다. 과연 죽은 공장과 산 공장은 현장감이 크게 다르다. 문을 열 때마다 느껴지는 꿉꿉한 몰트 냄새, 공장에 가득 차있는 증류기, 견학로까지 느껴지는 묘한 열기. 단순히 시각 뿐 아니라 후각, 촉각, 청각으로 느껴진다. 이제 미각만 채워주면 좋겠는데, 시음은 어디서 할까나?

 


오크통으로 가득 찬 저장고 한 쪽에는 야마자키 증류소의 역사와 함께하는 오크통이 있다. 이미 안에는 술이라곤 거의 남아있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여기서 가장 비싼 통이 아닐까 싶다. 저장고 뒤편에는 잘 꾸며진 정원이 있었는데, 가이드를 맡은 마키 씨가 위스키를 좋아하냐고 말을 걸어온다. 그쪽은 영어가 어설프고, 이쪽은 일어가 어설퍼 제대로 대화가 될까 싶었다만, 역시 사람끼린 얼굴만 마주보면 어떻게든 말이 통하는 것 같다. 좋아하는 위스키, 다녀왔던 증류소, 공장, 한국에서의 위스키 문화, 꽤 많은 얘기를 나누며 걷다보니 어느덧 견학 코스가 끝나있었다.

 



견학이 끝나고 도착한 시음장, 어쩌다보니 외국인끼리 앉게 됐는데 옆에 앉은 사람이 부산에서 영어강사를 하던 호주 사람이라 꽤 재밌게 얘기를 하며 마실 수 있었다. 야마자키의 맛은 기본적으로 하이볼이나 미즈와리, 거기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온더록을 감안하고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솔직히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이런 술도 집에 한 병 있어서 나쁠 건 없겠지. 이 외로도 탄산수도 한 병 주던데, 미즈와리도 꺼리는 나한테 하이볼은 솔직히 무리다. 그냥 입가심으로 마셔야지.

 



네 잔정도 마셨을 뿐인데 제법 취기가 오른다. 기분 좋게 술기운이 오른 상태에서 이제 교토로 돌아간다.

 

#12. ‘가나자와 역’, ‘특급 선더버드’, ‘야마자키 역’, ‘야마자키 증류소 견학’.

 

2017.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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