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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시간 가량 배를 타고 나니 몹시 배가 고프다. 항구에 漁協婦人部食堂가 있기에 덮밥을 한 그릇 주문한다. 오야코 동을 시켰는데, 여태 먹어왔던 연어 알의 크기가 아니다. 크기가 큰 만큼이나 식감도 좋고, 씹었을 때 풍기는 풍미도 비할 바가 없다. 눈 깜짝할 새 한 그릇을 해치우고 다음 목적지인 知床五湖로 향한다여태 홋카이도의 꽤 많은 관광지를 다녔지만 줄을 서 본 적은 없는데, 이 곳 고코는 입구부터 차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말 그대로 다섯 개의 호수가 있는 이 곳 고코는 히구마의 서식지로 입장하기 전에 안전교육을 필히 이수해야한다. 한국어의 교육 프로그램은 없지만 간단한 한자를 읽는 정도로도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어서 크게 문제는 없었다.

 


고코안에 들어오고 나니 이 정도의 숲이면 곰이 살 만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길은 전반적으로 평탄하고, 산책로도 구성이 잘 됐다.

 


트래킹 코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이왕 온 거 크게 돌며 모든 호수를 보기로 했다. 사진으로는 어떻게 담아야 할지 막막할 정도로 주변을 메운 나무들과 호수 덕분에 정작 사진으로 담은 사진은 몇 장 없다. 새삼스레 정말 멋있는 건 눈으로 담아오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변명을 해본다.

 


코스의 말미에 다다르니 넓게 펼쳐진 풍경이 햇살을 받아 아름답게 빛난다. 대부분의 코스가 숲속을 걷는 길이다보니 해방감마저 느껴진다뒤로 보이는 연산이 바다에서 볼 때와는 다른 느낌을 안겨주는데 거울마냥 잔잔한 호수에 비치는 산의 모습이 장관이다.

 


고코를 떠나 라우스로 향하는 길, 고갯길인 만큼 길도 험하지만 갑자기 안개가 가득 끼기 시작한다. 마침 피곤하기도 했기에 시레토코 패스의 정상에 있는 휴게소에 잠시 차를 멈춘다. 한쪽 사면에서는 끝없이 구름이 올라오고, 그렇게 올라온 구름이 앞으로 갈 길을 가린다.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는지, 라우스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해가 떨어져가고 있었다. 원래는 근처에서 이것저것 더 볼 생각이었지만, 식당이 문을 닫기 전에 밥부터 먹고 뒷일을 생각하기로 한다. 우토로의 정 반대편 라우스에 있는 知床食堂’. 아직 성게를 먹지 못했기에 게살과 성게가 올라간 우니카니동을 주문했다. 씹을 때마다 입안을 가득 메우는 바다 내음이 일품이다.

 


뭔가 양이 부족해 시킨 시카동. 처음 먹어보는 사슴고기인데 별 감흥은 없다. 그냥 양념 잘 묻힌 고기를 먹는 느낌. 뭐 그리 큰 기대를 하고 시킨 음식도 아니니 별 불만 없이 먹는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완전히 어두워졌고, 숙소는 여기서부터 130은 가야하기에 바로 숙소로 돌아가기로 한다. 가로등도 없는 길을 밤에 다니는 것도 힘든데 244번 국도를 타고 산을 넘을 땐 안개 때문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 여러모로 골 아픈 밤이다. 여차저차 도착한 숙소, 피로감에 샤워만 간단히 마치고 바로 잠든다.

 

#10. ‘어협부인부식당’, ‘시레토코 고코’, ‘시레토코 패스’, ‘시레토코 식당’.

 

2016.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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