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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폭염을 겪고 있었는데, 이곳에 오니 열대야는커녕 밤이 제법 쌀쌀하다. 정말 오랜만에 이불 덮고 더위 없이 편하게 잠들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다음날 아침이 상쾌했다. 아침식사는 전날 구울 음식을 사며 같이 사온 우유와 빵, 그리고 치즈다. 산지하고 가까워서 그런지, 아니면 근처의 목장 같은 풍경 덕분인지 우유가 평소와는 전혀 다른 맛이다. 이런 우유라면 물처럼 매일 마시고 싶을 것 같다.

 


배를 채우고 근처를 어슬렁거린다. 그러다 보니 전날엔 몰랐는데 숙소 근처에 꽤 많은 동물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 개는 물론이고 뒤로는 염소 소리도 들린다. 그 중에서 숙박업소 밥 먹고 사는 녀석치고 참 붙임성 없던 이 녀석. 가까이만 가도 엄청 짖는다.

 


숙소 열쇠를 반납하고 비에이로 떠난다. 해가 뜨고 나서 동네를 보니 탁 트인 평야가 기분 좋게 펼쳐져 있다. 가을에는 이 풍경이 모두 황금빛으로, 겨울에는 은빛으로 물들 텐데,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 겨우 하루 있었을 뿐인데, 벌써부터 이곳에 다시 올 생각을 하게 된다.

 


비에이로 가던 중白金青에 들르기로 했다. 길도 모르고 표지판도 따로 없어서 네비게이션을 따라 가는데 길이 공사로 막혀있다. 우회로로 한 바퀴 뱅 돌아가던 중 잠깐 차에서 내려 숨을 돌린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白金青’, 한국에는 아오이케 호수로 잘 알려져 있다. 이름대로 정말 아름다운 물빛을 가진 못이다. 의외로 시로가네아오이케는 천연 호수가 아닌 화산 분화로 인한 화산이류를 막기 위해 설치한 제방에 물이 고이면서 생긴 못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화산재가 섞인 땅과 여러 금속이 포함된 물이 만나 수산화알루미늄 등의 미립자를 생성하며 이처럼 아름다운 에메랄드빛을 갖게 된 것이다.

 


Mac OS의 배경화면으로도 쓰인 적 있다는 풍경, 마침 푸른 하늘 덕분에 물빛이 한층 더 살아나는 느낌이다. 실컷 사진을 찍고 나니 멀미 때문인지 차에서 잠만 자던 J에게도 이 풍경을 보여줘야겠다 싶어 깨운다. 여기까지 와 놓고 이 풍경을 못 본다면 정말 후회할 것 같다.

 


편의점을 찾아 비에이 역 앞으로 왔다. 이 지방에서 나는 비에이 연석으로 만들었다는데, 작은 역 치고는 만듦새가 탄탄해 보이더니, 그 이유가 있었다.

 


마침 지나가는 기차, 홋카이도에서 꽤 큰 도시 중 하나인 아사히카와에서 비에이와 후라노를 잇는 노선이다. 이렇게 기차를 보고 있으니 이번엔 차를 빌려서 다니고 있지만, 다음엔 기차 여행도 한 번 해보고 싶어진다. 아무래도 운전하다보면 근처 풍경은 자세히 보기 힘들어서 아쉽기도 하고, 조금 느리더라도 여유롭게 앉아 창문을 통해 만나는 풍경도 꽤나 즐거울 것 같다.

 


볼일도 다 봤고, 기차도 갔기에 다시 차를 몰고 비에이 근처에 있는 北西丘 展望公園에 올라왔다. 따로 높은 전망대가 있는 건 아니지만, 지대가 높아서 2층 정도의 전망대인데도 꽤 멀리까지 잘 보인다. 사진을 찍고 나니 조금 출출해진다. 그래도 아직 많이 배고프진 않으니 근처에서 팔던 라벤더 소프트 정도로 만족하기로 한다. 라벤더가 유명한 비에이, 후라노지만 설마 소프트 콘에도 라벤더 맛을 넣을 줄이야. 한 입 먹었을 때 입에서 잔뜩 풍기는 라벤더 향이 처음에는 바디워시라도 입에 들어간 느낌이었지만, 계속 먹다보니 향긋하고, 달고 좋다. 따스한 볕 아래의 벤치에 앉아 먹는 소프트라니, 너무 훌륭한 조합이다. 라벤더 향에 취한 채 다음 목적지를 향해 떠난다.


#3. ‘시로가네아오이케’, ‘비에이 역’, ‘호쿠세이노오카 전망공원’.

 

2016.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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