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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다 여행을 가기로 결심을 한 건 좋은데, 막상 가려니 장소가 애매하다.

 

적당히 남쪽으로 갈까? 하며 막연하게 지도나 뒤적이던 중에,

늦게 군대를 가 아직도 복무중인 친구 녀석에게서 춘천에서 1박이나 하며 닭갈비에 소주를 먹자는 솔깃한 제안이 들어왔다.

 

숙소도 해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제설작업 때문에 외박을 못 나올수도 있다고, 천천히 오라고 전날 연락을 받긴 했다만...

 

어차피 너가 안 나와도 나는 갈 거란다.

금요일에 일을 마치고 조금 서둘러 잠든 뒤 새벽에 일어나 춘천으로 향한다.

 

외곽을 거쳐 춘천으로 향하는 길, 시흥을 지나 여기까지 휴게소가 단 하나도 없다.

 

여기만 지나면 강원도인데, 아까까지만 해도 살살 내리던 눈이 이젠 제법 내린다.

 

아침 일찍 일어난 지라 배도 고프고, 살짝 피곤하기도 해서 편의점에 들러 커피와 초코소라빵을 샀다.

 

별 기대는 안 했는데, 생각보다 초코가 맛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터미널 앞에서 친구를 만나고, 크게 고민할 것 없이 뜨끈한 국밥을 먹으러 간다.

 

터미널 바로 앞에 있는 '팔도해장국'에 갔는데, 터미널 앞이라는 위치 상 크게 기대를 안했건만 제법 진국이다.

내장탕에 건더기도 제법 많고, 찬으로 나온 부추를 팍팍 넣어 먹으니 부산에서 먹었던 돼지국밥 안 부럽다.

 

여행이라고 해봐야, 춘천에서 이 시간에 볼거리가 많은 것도 아니고... 날이 좋은 것도 아니고...

 

잠도 깰 겸 볼링 세 게임 정도 쳐주고!

 

회사 동료에게 추천받은 '이디야커피 의암호점'에 가려다가, 어차피 이 날씨에는 아무것도 안 보인다는 말에 새로 개업한 '스타벅스 리저브 구봉산점'에 들렀다.

 

전망 좋은 자리는 조금 기다려야 했지만, 그래도 아직 문을 연지 얼마 안 되서 그런지,

자리도 주차도 그닥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었다.

 

대충 맑은 날에 오면 풍경이 볼만 하겠거니 싶다.

 

물론 개인적으로 춘천에서 보고 싶은 풍경은 아파트보단 호숫가의 풍경이지만...

 

서서히 날이 풀리나 싶다가도, 금새 어두워지고...

 

가져온 책을 읽으려고 펴보니 자연스럽게 눈이 감긴다.

 

리저브 매장에서 사이폰 추출을 자주 시키지는 않지만, 오늘은 볼거리를 하나라도 늘리고 싶다.

주문을 하고 뽀글뽀글 올라오는 커피 구경으로 시간을 때워본다.

 

그런데 원래 리저브 커피가 이렇게 양이 많았나?

 

광주에서 먹었던 오리탕 생각이 간절해서 들른 오감탕 가게.

 

간판은 종가오리숯불구이인데, '종가유황오리'로 검색해야 안내가 된다.

 

인당 9,000원인 '능이오리감자탕'.

 

이게 2인분이라니, 생각보다 양이 푸짐하다. 보통 이렇게 생긴 가게들은 하나같이 양이 맘에 안들었는데...

 

버섯과 마늘쫑, 여기서 담근 듯 한 김치들.

 

들깨가 잔뜩 풀려 조금은 텁텁할 수 있는 오감탕이지만, 이녀석들과 함께라면 거뜬하다.

 

오리 고기도 제법 들어있고, 진득한 국물에 밥을 말아 먹는데 밥도둑이 따로 없다.

 

조금 아쉬웠던건 '오리가슴살떡갈비'가 있었는데, 이게 매진되서 못 먹었다는 점...

다음에 춘천 오면 또 와야지... 꼭 먹어야지...

 

원래 여행이라 함은 식과 음을 번갈아가며 행하는 법이다.

 

맛있는 밥을 먹었으니, 맛있는 커피를 마시며 쉬는 것이 인지상정.

추천을 받고 온 카페인데, 어째 주차장부터 차가 드글드글하고 사람들도 때로 몰려다니는게 심상치 않다.

 

'Cafe de 220VOLT'.

 

근처에 몇 채의 전원주택이 있고, 한없이 한적한 동네에 이렇게 큰 카페가 있다는게 신기하다.

그런 한적한 동네에 유명세를 듣고 몰려온 사람들이 이 넓은 카페의 자리들을 꽉 채웠다는 점은 더 신기하고...

 

커피는 유난히 대단한 것도, 그렇다고 값어치를 못 하는 것도 아닌 딱 기대한 만큼의 커피다.

 

다만 너무 복잡하다... 여기서 쉬려면 아마 가게를 열 때 같이 들어와서 푹신한 구석자리를 꿰차고 앉아야 할 것 같다.

 

1층에서는 각종 과자와 빵을 팔고 있었는데, 여기서 커피랑 빵으로 점심을 때우는 것도 제법 괜찮은 휴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점심을 먹을 정도의 시간이면 아마도 사람들도 좀 적을태니...

 

친구 녀석은 겨울왕국 보러 영화관에 가고, 나는 숙소에서 잠깐 눈을 붙인 뒤 PC방에서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 후

이번 여행의 본 목적인 닭갈비에 소주를 해치우기 위해 '원조숯불닭불고기'에 왔다.

 

지난번 춘천 여행에서 숙소가 멀어 소주 한 잔 못하며 닭갈비를 먹었던 한을 풀 시간이다.

 

역시나 만족스러운 안주, 그리고 적당한 음주!

적당히 술기운이 올랐을 때 그만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술기운이 오르면 술이 더 끌린다.

 

들어오는 길에 사왔던 '육림닭강정', 그리고 편의점에서 사온 소주 2병.

영화 하나 틀어놓고,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며 마시다 보니 어느덧 술도, 안주도 텅 비었다.

 

평소 먹으러 여행을 가긴 하지만, 이렇게 먹고만 끝내도 되는걸까 싶을 정도로 단순했던 일정.

 

뭐 어때, 볼 거 있으면 날 좋을 때 또 오면 되지.

 

2019. 1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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