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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차를 타고 세 정거장, ‘스스키노에 도착한다. 다행히 카페를 나서고 여기까지 오는 그 짧은 시간 사이에 비는 많이 잦아들어 우산 없이도 거리를 걸을 수 있을 정도다. 저녁 메뉴를 고민하다가 어제의 좋은 기억을 살려 오늘 저녁도 초밥을 먹어보기로 한다.

 


근처에 괜찮은 식당이 있나 타베로그를 뒤적이던 중 라는 가게를 찾아 들러봤지만, 오픈 시간이 넘었는데도 문이 열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밥집에서 줄 서는 것도 싫어하는 나에게 기약 없는 기다림은 도저히 무리기에 다른 가게를 알아본다.

 


근처 거리에 있던 鮨処西鶴 三条店을 찾아왔다. 어째 거리가 익숙하다 했더니 첫날 간단하게 한 잔 걸친 선술집 근처였다. 비가 와서 그런지 꽤 인기가 있을법한 가게인데 어째 사람이 없다. , 조용히 밥 한 끼 해결하고 싶은 나로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사실 나는 일본에서 초밥과 라멘을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이다. 일단 우리나라에도 굉장히 수준 높은 가게가 많아졌고, 예전엔 같은 수준임에도 가격 면에서 더 저렴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하나하나 가격이 비싸지고 일본에 가서 초밥과 라멘을 먹는 게 더 가격이 싸거나 같은 수준이 됐다.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나로서는 익숙하지 않은 요즘이다.

 


숨 좀 돌릴 겸 가리비 튀김을 한 점 시키고, 맥주를 한 잔 더 시킨다.

 




깔끔하게 만들고, 좋은 재료를 쓴다. 모든 음식점의 기본이지만, 초밥에서는 더욱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싶다. 훤히 보이는 주방이 그것에 대한 자신을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다른 재료의 맛을 즐기며 한 점, 한 점 먹다 보니 어느덧 마지막으로 계란이 나온다. 좋아하는 고등어가 코스 안에 없었기에, 한 점 추가해서 먹어본다.

 


생각보다 허기가 졌는지, 조금 아쉬워 튀김을 한 접시 더 시켜본다. 이렇게 튀김으로 끼니를 때우다간 지갑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으니 가게를 옮겨야겠다. 첫 날 삿포로에서 술을 마시며 선술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무래도 오늘이 날인 것 같다.

 


근처의 꼬치집을 찾던 중, 9층에 있는 가게가 눈에 띄어 가보기로 한다. 보통 여태 간 꼬치집은 지하거나, 잘해야 1,2층이었는데 뭔가 위치부터 신선하다.

 


자리에 앉으니 뒤로는 삿포로의 하늘이 보인다. 솔직히 좋은 풍광은 아니지만, 요리가 구워지는 걸 보면서 하늘도 볼 수 있다는 건 꽤 좋은 특혜 아닌가?

 


무슨 술을 먹어야 할지 애매할 땐 역시 하이볼이다. 기본 안주는 여느 꼬치 가게마냥 양배추가 나온다. 샐러드 종류의 음식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니 구석으로 치워두고 시작해보자.

  


자리 바로 앞에서 구워지는 꼬치들의 모습이 참 좋다. 쓰쿠네 모습이 좀 특이한데, 아무래도 먹어봐야겠다.

 


일단 첫 요리는, 지난 후쿠오카 여행 때 맛을 알아버린 돼지 간이다. 이걸 시치미에 찍어서 딱 먹으면 이만한 맥주 안주가 없다. , 물론 하이볼도 잘 어울린다.

 


다음은 쓰쿠네, 하나는 소금 간만 한 녀석이고 하나는 우메보시를 발라 놓은 녀석이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역시 쓰쿠네는 소금만 친 게 제일 맛있다. 개인적으로 우메보시를 잘 안 먹기도 하는데, 그냥 이런 곳에 오면 왠지 궁금해서 먹게 된다.

 


가게의 수준이 매우 마음에 들었기에, ‘규탕을 시켜본다. 첫 날 먹은 그것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식감에, 아무래도 일본 선술집에서 먹어야 할 음식이 하나 더 추가될 것 만 같다.

 


배불리 먹고 숙소로 가던 중, 숙소 바로 앞의 사거리에서 닛카 바간판을 보고 말았다. 여행 예산도 조금 남았고, 한 잔 하면 딱 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가게 문을 열고 바 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첫 잔은 요이치 모히또. 모히또에는 위스키가 들어갈 구석이 전혀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거 참 맛이 아주 잘 어울린다. 위스키가 갖는 스모키한 느낌이 모히또의 느낌과 어울린다니, 여러모로 재밌는 칵테일이다. 바에 대한 가게가 한 껏 높아지고, 이왕 온 거, 이 가게만의 메뉴는 다 마셔보기로 한다.

 





메뉴를 하나하나 주문하고 마시기 시작한다. 처음에 기본 안주로 생초콜렛 한 점과 말린 과일을 주기에 주문 더 하면 더 줄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오토오시로 준 모양이다. 잔을 비우다 보니, 딱 설명만큼 이었던 녀석, 설명을 보고 기대했으나 결과물은 재미없었던 녀석, 기본이 확실하게 잡혔다는 걸 알려주는 녀석, 왠지 방금 한 번 먹어본 것 같은 맛인 녀석 정도로 기억이 남는다. 확실한 건, ‘요이치 모히또가 최고의 칵테일이었다는 것. 이대로 나가는 건 맛있는 음식을 가장 마지막에 먹는 내 성격에 맞지 않는다.

  


한국의 바에서도 즐기는 모스코 뮬을 한 잔 주문한다. 이 잔을 마시고 일어나려고 하는데, 갑자기 앞에 키보드가 설치된다. 이내 연주자가 와서 각종 곡을 치는데, ‘눈의 꽃반주가 나와 조금은 놀랐다. 술도 오르고 내심 혼자 바에 왔는데도 바텐더가 외국인이라 피하는 건지, 이쪽으로는 전혀 오지 않아서 심심했던 지라 혼자 한국어 가사로 흥얼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생각보다 소리가 컸는지 연주하시는 분이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라고 한국어로 인사를 건넨다. ‘감사합니다,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로 인사를 건넨 뒤, 잔은 비었지만 조금 더 앉아있기로 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한국 드라마의 OST들이 줄줄이 나오는데 원래 이런 건지 나한테 맞춰준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번 여행에 들른 두 곳의 바가 나에게 모두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다는 건 확실하다. 좋은 밤이었고, 여행의 마지막 밤으로서 손색이 없다.

 

201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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