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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이치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 여긴 그다지 비가 내리지 않는다. 맑은 풍경을 기대하긴 했다만, 맑은 날 왔었다면 비 오는 풍경이 궁금했겠지. 새로운 풍경이라면 뭐든 좋다.

 


갑자기 빗방울이 굵어져 비를 피할 곳을 찾다가 바 리타에 들렀다.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라 불리는 타케츠루 마사타카의 부인의 이름을 딴 바가 흥미로웠던 것도 사실이다. 습한 날씨에 갈증이 심했기에 진 앤 토닉을 한 잔 부탁한다. 뒷자리에 있던 영국인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글래스고에서부터 크루즈 여행을 하는 중이라 한다. 다음 행선지는 블라디보스토크라는데 아무래도 한국에 갈 일은 없는 모양이다. 조그만 통역기를 하나 가지고 일본인 바텐더와, 영국인, 한국인 손님이 서로 얘기를 하는 모습이 어째 우습기도, 그리고 흔치 않은 경험인 것 같아 즐겁기도 하다.

 


수다를 떨다 보니 다시 목이 마르다. 닛카의 위스키는 개인적으로 많이 마셔봤지만, 커피 몰트는 처음 접해본다. 커피 향이 풍기는 위스키, 집에 두고 먹고 싶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바에서 기분 전환 삼아 먹기엔 괜찮은 녀석이 아닐까 싶다. 바텐더에게 근처에 먹을 만한 초밥집이 있는지 물어보니 타카오를 추천해준다.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바로 가게로 향한다.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고 바로 정리하는 습관이 있는데 실수로 타카오에서 찍은 사진을 전부 지운 모양이다. 집에 돌아와 허겁지겁 복구 프로그램까지 돌려봤지만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비록 맛깔나게 찍은 사진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기억은 남겨놔야겠지. 다행히도 가장 맛있게 먹은 초밥 중 하나인 굴초밥은 핸드폰으로 찍었다.

  


한국인 손님이 많이 오는지 주방장은 웬만한 생선 이름은 전부 한국어로 말해줄 수 있을 정도였다. 가게 손님들과 함께 떠들고, LA에서 놀러온 외국인에게 영어로 통역을 하며 초밥도 팔아보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고 떠들던 시간이었다.

 


주방장이 いわし가 한국어로 뭐냐고 물어보는데, 당연히 나도 생선 이름은 문외한인지라 검색했더니 사르디나 필차르두스라는 결과가 나온다. 한국어가 아니라고 투덜대는 주방장 덕에 한 번 더 크게 웃은 뒤 맛있는 음식으로 부른 배를 안고 밤의 길거리로 나서 본다나중에 숙소에 와서 다시 찾아보니 '사르디나 필차르두스'는 다름아닌 '정어리'였다.

 



낮에는 잔뜩 흐려서 별로 볼 것이 없었기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오타루 운하’. 거리의 풍경이 제법 인상 깊긴 하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을 만 한 야경은 아니다. 다만 밤이 되니 제법 선선해진 바람과, 조명에 비치는 잔잔한 물결이 좋아 잠깐 서서 멍하니 바라본다.

 


신나게 웃고, 떠들고, 즐기다보니 어느덧 숙소로 돌아갈 시간이다. 뭐랄까, 여태까지의 여행에서 가장 즐거운 하루를 뽑으라면 아마 오늘이 후보에 반드시 들어갈 것 같은, 그런 즐거운 하루였다.

 


원래는 요구르트나 사려고 들른 편의점이건만, 당고와 메론빵이 너무 맛있어보여서 집고 말았다. 하긴 여행까지 와서 무슨 다이어트를 할까? 달달한 메론빵에는 요구르트를, 짭짤한 당고에는 맥주를 곁들여가며 남은 하루를 보낸다.

 

2018.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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