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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마쓰쵸에서 내려 5분 정도 걸으니 묵을 호텔이 보이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역에서 가까워서 다행이다. 이번 여행에 갈 일은 없겠지만 덮밥 가게도 많고, 맥도날드, 편의점, 스타벅스까지... 여러모로 주변이 완벽하다. 다음에도 도쿄에 혼자 올 일이 있다면 이 동네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 오히려 신주쿠보다 공항 다니긴 더 좋은 것 같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다이몬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츠키지 시장에 도착한다. 개찰구를 나서 시장이 있는 A1 출구를 향하는데 멀리서 비릿한 냄새가 풍겨온다. 냄새를 따라 올라온 지상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적하장과 창고를 보니 과연 큰 어시장이구나 싶다. 이미 경매는 끝난 지 한참이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근처 건물들은 묘하게 조용했다. 아마 저 멀리 보이는, 눈으로만 봐도 왁자지껄한 동네가 시장이겠지?

 


주말을 맞아 시장은 많은 사람들로 발 디딜 곳 없이 복잡했다. 평소엔 이런 여행지를 싫어한다만, 왠지 이번에 못 보면 다신 츠키지 시장을 보지 못할 것 같아 조금 무리해서라도 인파 속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 제 발로 대도시까지 와서 마냥 신선놀음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골목을 돌다가 가고 싶었던 가게의 간판이 눈에 띈다. 생각보다 대기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조금 기다리기로 한다. 원래는 초밥으로 유명한 가게다만, 이상할 정도로 짧은 줄에 안내를 자세히 읽어보니 카운터 자리와 좌석 자리의 손님을 따로 받고 있었다. 카운터 자리는 덮밥 종류만 가능한지라 조금은 아쉬웠지만, 아침부터 이것저것 주워먹은지라 그리 허기가 지지도 않았기에 그냥 덮밥으로 먹어보기로 한다. 요즘은 국내에서도 좋은 초밥집이 많으니 구태여 도쿄까지 와서 줄을 설 필요는 없겠지.

 


참치살과 성게, 그리고 연어알로 이루어진 덮밥이다. 와사비도 제법 신경을 썼는지 추잡하게 맵지 않고 알싸하게 입을 헹궈준다는 느낌이다. 감칠맛이 풍부한 성게, 쫄깃하면서도 기름진 식감의 참치, 그리고 심심치 않게 중간에서 존재감을 나타내는 연어알, 누가 생각했는지 참 좋은 조합이다.

 


기분 좋게 배를 채우고 산책삼아 근처를 거닐어본다. 시장에서 가장 크게 난 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나미요케이나리 신사가 보인다. 본래 바다였던 츠키지 일대의 매립 공사를 할 때 거센 파도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었는데, 바다에서 이곳의 신체를 발견하게 됐다고 한다. 사람들이 상서롭게 여겨 이를 모신 것이 바로 이 신사의 유래라 한다. 이야기의 내용만 들어보면 천 년도 전의 이야기 같지만, 의외로 이 모든 게 1659년의 일이라 한다.

 


신사는 생각보다 좁은 편이다. 츠키지를 찾은 관광객들은 다들 한 번 씩 들르기 마련인지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이 오고간다.

 


위에 말했던 이야기에서, 후일담이 있는데 이 사자상이 그와 관련되있다. 신체를 모신 후 공사를 방해하던 거센 파도가 잦아들자 그 영험함에 감탄한 사람들이 용과 호랑이 그리고 사자의 모양을 본 떠 그 위엄을 기리고자 했는데, 이것이 츠키지 사자 축제의 시작이 된다. 사자상이 신사가 생길 적의 그 것인지는 알 길이 없으나, 지금도 신사 한 쪽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신사를 돌아보는 내내 밖에서 확성기 소리가 들려서 가까이 가보니 츠키지 시장 이전을 반대하는 시위가 한참이다. 올해 도요스 시장으로 이전할 계획이라는데, 조금 무리해서라도 이번에 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량진 시장처럼 옆에서 옆으로 옮기는 데에도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이 큰 시장을 아예 옮기려면 얼마나 많은 논란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머리가 절로 아파온다. 옆에서 앙케이트를 하고 있기에, 낡은걸 좋아하는 나답게 츠키지 시장의 이전에 반대에 스티커를 하나 붙이고 온다. 새롭고 편하다고 다 좋은 것도 아니거늘, 하물며 거기 있는 사람들도 싫다면 굳이 새로 할 필요는 없겠지 싶다.

  


시장을 살짝 빠져나와, 다른 길로 안쪽을 향해본다. 길이 좁아서 그런지, 한층 더 사람이 많아 보인다. 조금은 무빙워크를 탄 느낌마저 든다.



예전부터 일본에 다녀올 때 마다, 식칼을 좀 사보고 싶었는데 칼에 대해선 문외한인지라 선뜻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 이번엔 가게 안 까지 들어왔다만, 어째 이번에도 먼발치에서 구경만 하다 끝날 것 같다. 그냥 집에서 다이소 칼이나 써야하나...

 



오늘 참치를 잡았다는 걸 광고하기 위해서인지, 간혹 가게 앞에 이렇게 널려있는 참치들이 있다. 말 그대로 저자에 효수한 샘이다. 그런데 이걸 보고 식욕이 생기나? 눈길은 확실히 끌긴 한다만, 그 시선이 가게 간판으로 옮겨가진 않는 것 같다.

 


30분 정도 걸었다고 아까의 덮밥은 이미 존재감을 감춘 지 오래다. 슬슬 간식을 사먹어 보기 위해 연기나는 가게 근처를 기웃거려본다.

 


이건 꼬치도 꼬치지만 국물이 맛있어 보인다. 다만 너무 잔뜩 쌓여있어서 그런지 별로 가져가고 싶지가 않다. 왠지 아무도 안 먹는 거 내가 사는 느낌이라 그런가? 조금 더 돌아다녀보자.

 


바로 뒤편의 가게에서 팔던 장어구이 꼬치가 꽤나 마음에 든다. 그러고보니 점심 메뉴가 꽤나 깔끔한 맛이었어서 그런지, 진득한 양념으로 잘 버무린 장어가 먹고 싶었던 참이다.

 


딱 사서 한 입 베어 무는데 먹을 걸 들고 돌아다니다가 다칠 수 있으니 제자리에서 먹으라고 방송이 나온다. 이게 뭐 별 거라고, 한 입에 뚝딱 해치워버린다.

 


사실 어시장으로 말하기도 했고, 그것으로 더 유명한 츠키지 시장이지만 본래 이곳은 에도(도쿄)에 식품을 공급하던 가장 큰 시장이다. 단순히 해산물 뿐 아니라 각종 잡화, 청과물, 곡식도 많이들 팔고 있다. 잘 익은 과일이 굉장히 먹음직스럽긴 한데, 도쿄치고 추운 날씨가 발목을 잡는다. 배도 별로 안 고프고, 이제 시장을 거의 다 돌아 본 것 같으니 이제 다음 목적지인 도쿄 스카이트리로 발걸음을 떼 본다.



지하철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 일어나니 우에노까지 떠내려 왔다. 목적지인 오시아게까지 가기 위해선 환승하는 게 나을 것 같아 구라마에에서 역 밖으로 나와서 걷던 중 고서점이 눈에 띈다. 혹시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나쓰메 소세키의 책이 있을까 싶어 들러봤다만 아쉽게도 그의 작품은 도련님문고본 한 권만 남아있다고 한다. 이미 번역본으로 읽은 책이지만 108엔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책 한 권이라니, 굳이 고민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 주머니 속의 잔돈을 털어 책을 산다. 자다가 놓친 지하철 역 덕에 좋아하던 작가의 책을 싼 값에 만났으니 나름 전화위복 아닐까?

 

2018.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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