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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비게이션에 선암사를 찍고 857번 지방도를 타는데 제법 산 위로 올라가는 길이다. 귀가 먹먹해 질 정도로 올라가기에 B에게 풍경이 좋은 곳이 있으면 말하라고 한 뒤 차를 몰고 산을 오르는데, 굳이 말 할 것도 없이 탁 트인 곳에 전망대를 만들어 놨다. 전망대에 올라서서 내려다보니 저 멀리 낙안읍성과 그 일대가 훤하게 보인다. 전망대에는 동네 공원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여러 운동기구가 있었는데, 그 중에 몇 가지가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기구여서 한동안 매달려 있다가 겨우 차로 돌아왔다.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것도 꽤나 고역인지라 이런 기구를 보면 넘어갈 수가 없다.

 


선암사 주차장에 차를 대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곧 그칠 것 같았기에 노래나 들으면서 비가 그치길 기다리기로 한다.

 

 


40분 쯤 기다리니 비가 제법 잦아들어 차를 나와 선암사를 향한다. 송광사보다 순천에서 가까워서 그런지, 조계산을 오르려는 등산객들이 많이 보인다. 이곳도 송광사처럼 계곡을 끼고 길이 나 있는데, 길 옆으로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가 청량하게 다가온다.

 


아까 계곡을 찍으며 뒤로 비치던 돌다리가 신경 쓰여 가까이 가봤다. 가까이 가보니 자연석 위에 돌로 쌓은 다리의 모습이 계곡과 어우러져 운치가 있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보물로 지정된 이 다리의 이름은 승선교라 하는데, 한번 크게 보수공사를 거쳤던 흔적이 다리 근처의 길가에 남아있다. 그러고 보니 낙안읍성의 성벽도 그렇고, 오늘은 돌로 소담히 쌓은 건축물들 덕분에 행복한 하루다.

 


비에 젖은 이끼의 색감이 놓치기 아까워 한 장 찍어봤다만 어째 사진으로 살리기 힘든 느낌인 것 같다. 아쉽지만 이정도로 만족하기로 하고 승선교를 건너 선암사를 향한다.

 


돌에 웬 글자가 가득 적혀있다 했더니 전부 사람 이름이다. 아마, 요즘으로 치면 낙서 비슷한 걸까? 요즘이야 대충 매직으로 긋고 도망간다만, 옛날에는 낙서도 보통 정성이 아닌 것 같다. 저 단단한 돌에 저렇게 많은 이름을 파서 세길 정도면 이미 낙서라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선암사에 가까워질수록 계곡의 아름다움은 그 정도를 더해간다. 거기에 방금 비를 맞아 한층 더 푸르른 초목은 계곡이 가진 멋을 더해준다. 방금 내린 비에 벌써 물이 불어날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물도 평소보단 많이 흐르지 않을까 싶다.

 



제법 산길을 올랐는데도 아직 선암사의 입구인 일주문은 보이지도 않는다. 다만 그럼에도 눈은 한가할 일이 없으니 신기한 일이다. 그저 산길일 뿐인데, 근처를 에워싼 나무와 돌, 그리고 물의 모습이 쉴 새 없이 낯선 방문객을 유혹한다. 이 못 근처에서 등산로와 절로 가는 길이 나뉘던데, 아무래도 이제 일주문에 거의 다 온 모양이다. 매표소 근처에선 거의 보이지 않던 스님들도 한 분씩 보이기 시작한다.

 



굽어진 오르막길 끝으로 가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는 길의 아름다움에 절의 모습은 어떨지 제법 기대가 커진다. 그래서일까? 절로 향하는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는 기분이다.

 

2017.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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