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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essay/2017

순천 여행기 - #5

바다지기 2017. 10. 19. 23:45 댓글확인


이른 시간, 차 안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중이다. 아침 대용으로 먹을 감자칩에 피로를 달래줄 커피를 마시며 점점 동이 트는 하늘을 보는 것도 생각보다 괜찮은 일인 성 싶다. 숙소를 나설 때엔 꽤나 내리던 비도 어느덧 잦아들어 이젠 제법 맞을 만 한 수준이다.

 



사실 만에 하나라는 기대를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큰 욕심 없이 화포해변에 왔다. 순천만의 일출을 바라볼 수 있는 장소다만, 비까지 오는 날에 평범한 일출이 보일 리가 없다. 그래도 동 트는 하늘의 색감과, 아침의 순천만에 부는 바람을 느낄 수 있다면 조금 일찍 일어나는 것 정도는 고생이라 말하기도 민망하다.

 


차를 타고 원창을 거쳐 벌교로 가는 길에 시간표를 보니 곧 열차가 지나갈 시간이다. 예전에는 이쪽 사진으로 제법 유명했었는데, 오랜만에 기차를 피사체로 담아보려니까 선로 위치부터 구도까지 헤매기만 한다. 논밭 근처에 난 길에서 우왕좌왕하다 찍은 사진을 보니 영 만족스럽지가 않다.

 


1930년대에 지어진 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그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원창역이다. 덕분에 여객을 취급하지 않는 지금, 역명판까지 뽑아갔지만 역사는 제법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보통 여객 취급을 중지하면 관리상의 편의를 위해 유리는 전부 나무판자로 막아놓고 입구도 잠그는데, 역무실까지 들어갈 수 있게 해놓은 원창역은 꽤 특이 케이스다.

 


역사 구석의 창고 안으로 역사에서 썼던 비품들이 보인다. 요즘엔 꽤나 보기 힘든 석유난로와 나무로 만든 선반이 눈에 띈다.

 


원창을 뒤로하고 벌교로 가는 길, 갑자기 빗방울이 굵어진다. 이번엔 순천을 향하는 열차를 담아볼 시간인데 조금 걱정이다. 차 안에서 비를 피하다 열차가 벌교에서 출발할 시간 즈음에 카메라를 들고 나오는데, 멀리서 기차의 불빛이 보인다. 생각보다 벌교와 꽤나 가까웠던 걸까? 하마터면 놓칠 뻔 했지만 그래도 담는 데는 성공했다. 아까보단 그나마 나은 사진을 건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차를 벌교역 앞의 주차장에 세워두고 빵집에 들어와 커피와 마카롱을 산다. 잠깐 앉아 숨을 돌리자. 오늘은 새벽부터 움직여서 그런지 아직 점심 먹을 시간은 멀었건만 벌써부터 제법 허기가 진다.

 

2017.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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