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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뚫린 길을 타고 쭉쭉 달리다보니 어느덧 호미곶에 도착했다. 어째 별 의미는 없어 보이는 커다란 것들이 여럿 보인다.

 



일출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안 찍고 가는 건 섭섭할 것 같다.

 


영일만은 연오랑, 세오녀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알기로 연오랑은 가난한 어부였던 것 같은데, 어째 동상의 복식은 귀족 중 귀족이다.

 



호미곶을 떠나 멋진 길을 타고 달리던 중, 탁 트인 풍경이 마음에 들어 방파제 근처에 잠깐 차를 세운다. 영일만 너머로 포항의 상징인 제철소가 보이기 시작한다.

 



꽤 여러 곳을 차를 몰며 다녀봤는데, 호미곶 서측의 도로는 여느 도로 못지않게 그 풍광이 좋다.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제주도보다도 오히려 더 나은 것 같다. 만족스럽게 차를 몰고 가다 해수욕장이 보이기에 잠깐 다리도 쉴 겸 멈춰 선다. 아까는 작게 보이던 제철소가 이젠 제법 큼직하게 보인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하필이면 퇴근시간과 겹쳐 포항 시내의 끔찍한 교통체증을 온몸으로 겪어야 했다만, 밥만 맛있으면 모든 게 괜찮아 질 것 같다.

 





포항에서는 수요미식회에 나왔던 가게들을 둘러보기로 했는데, 그 중 첫 번째인 가자미물회를 파는 태화횟집에 왔다. 가자미가 분명 제철도 아닌데 아까부터 왜 이리 맛있는지 모르겠다. 새콤하게 비벼 절반정도 먹고, 생수를 부어 밥을 말아 싹 비워버린다. 가자미구이와 매운탕은 사진 찍을 정신도 없이 먹다가 절반 정도 먹고 나서 사진을 찍어놓는다.

 


수조에 가득한 가자미들, 나중에 제철에 또 와야지.

 


밥을 먹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졌다. 배가 부르긴 한데, 아직 조금 여유가 있는 것 같다. 카페에서 쉬다가 야경을 찍을지, 아니면 한 끼 더 먹을지 K와 얘기하던 중 결국 여행에서 남는 건 먹을 것 밖에 없는 걸로 의견을 통일한다.

 



그렇게 도착한 장기식당. 어째 여행의 말미에 갑자기 먹부림이 시작된다.

 




대를 시킬 자신은 없어서 소를 시켰는데, 이것도 양이 제법이다. 밥을 말고 나니 안에 숨어있던 고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소 힘줄이 녹은 건지 끈적이는 국물과, 잡내를 잘 없앤 부드러운 고기, 분명 배가 부른 채로 왔는데 국물까지 전부 비워버렸다. 왠지 과식의 느낌이 났기에 바로 약국에 가서 활명수도 한 병 마신다. 이게 뭔 짓인가 싶긴 한데, 입은 너무 행복하다. 돌아가서 한동안 국밥 먹긴 그른 듯 싶다. 이 맛이 자꾸 떠오를태니...

 


차 반납시간이 조금 남았기에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잠시 차 안에 눕는다. 잠깐 눈을 붙인 뒤, 남은 황남빵도 마저 처리하고 차 안에 널브러진 잡동사니들을 챙긴 뒤 역으로 향한다.

 


먹고, 또 먹었던 여행을 마친다. 다음엔 겨울에 와봐야지. 제철의 가자미도, 쌀쌀한 날에 먹는 국밥도 분명 오늘과 다를 것이다.

 

#7. ‘호미곶’, ‘해맞이광장’, ‘대동배 방파제’, ‘흥환간이해수욕장’, ‘영일만’, ‘태화횟집’, ‘물회’, ‘곰국’, ‘장기식당’.

  

2017.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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