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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즈 신사에서 걷다가 캠퍼스 안으로 들어가는 쪽문을 발견하고 들어갔는데, 그곳은 도쿄대학 야요이 캠퍼스였다. 어쩌다보니 학교 밖으로 다시 나오게 돼서 다시 도쿄 대학 방향으로 걷던 중 페밀리마트 동대정문점을 발견했다. 일본 최고의 학부인 도쿄 대학이니 서울대학교의 마냥 거대한 문을 생각했는데, 의외로 정문은 평범하다.

 


바닥의 맨홀 뚜껑에는 아직도 제국대학의 흔적이 남아있다. 일본에서는 구 제국대학 유래의 대학교는 아직도 명문으로 이름이 높은데 전통의 라이벌인 도쿄대와 교토대 뿐 아니라 도호쿠, 홋카이도, 오사카, 나고야 등 각지에 자리 잡고 있다. 단순히 일본 뿐 아니라 식민 통치를 받았던 대한민국과 대만에서도 경성 제국대학의 후신은 아니지만 위상은 이어받은 서울대학교와 다이호쿠 제국대학의 후신인 국립타이완대학이 아직까지 해당 국가에서 최고 학부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도쿄대의 역사는 메이지 직후인 1877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대부분의 건물은 관동 대지진으로 파괴됐다. 지금 전해지는 건물은 그 이후 지어진 것으로, 대부분의 설계를 당시 공학부 교수인 우치다 요시카즈가 했다고 전해진다. 내가 다니는 대학은 2000년대에 들어 캠퍼스를 옮겨서 전부 새 건물인데, 이용하는 입장에선 새 것이 편하긴 하지만 보는 입장에선 이렇게 세월이 묻어나는 대학의 건물들이 꽤나 부럽다.

 


도쿄대학교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야스다 강당이다. 멀리서 보면 강당이 아니라 법원이 연상될 정도로 뭔가 엄격한 분위기의 건물이다. 도쿄 대학 투쟁 시절 400여명이 체포된 야스다 공방전의 벌어진 장소이기도 하다. 안을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방문객의 출입을 금한다는 표지가 보여 외관만 보고 떠나기로 한다.

 



본래 心字池’, ‘신지이케라 불리던 이 연못은 나쓰메 소세키산시로가 유행한 이후 산시로 연못이라 불리게 된다. 작 중 산시로미네코가 처음 만난 곳이 바로 이 연못이기 때문인데, 혹시라도 누가 앉아 있으면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았다만 아쉽게도 적막만 흐른다. 연못가에는 벤치가 딱 한 군데에 있었는데, 십중팔구 저 곳이 소설에 나온 그 곳이겠지 싶다.

  


멋진 문이 보여서 멀리서부터 걸어왔더니 대학 밖으로 나왔다. 어떻게 보면 이쪽이 더 정문 같이 생겼는데, 도쿄대의 정문보다 더 사랑받는 문인 아카몬이다. 본디 아카몬은 에도시대 고위 영주에게 시집간 쇼군 가문의 딸들이 기거하던 고슈덴의 문이다. ‘아카몬은 한 번 무너지면 다시 재건하지 않는 관례가 있는데 그래서인지 현재까지 전해지는 고슈덴몬’, 아카몬은 이곳이 유일하다. 그렇다면 이 문은 에도 막부 시절에 지어진 것일 탠데, 도쿄 대학이 메이지 시대에 생긴 대학임을 감안하면 학교보다 더 역사가 깊은 장소인 셈이다.

 


어차피 우에노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 도쿄대를 관통해서 가는 길이기에 한 번 더 캠퍼스를 둘러보기로 한다. 사진을 얼핏 봐서 이곳이 종합 도서관인 줄 알고 연신 사진을 찍고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여긴 의과 대학 2호관이었다. 이 건물도 80년이 넘은 건물이지만, 그래도 한 대학에 가서 가장 큰 도서관을 못 보고 온 것이 조금 아쉽게 남는다.



(출처 : 위키피디아)


실제 종합 도서관의 모습이다. 같은 건축가가 설계해서 그런지 건물 양식이 비슷해서, 돌아와서 봐도 헷갈릴 만 하다는 생각만 든다. 이러한 건축 양식을 전에 언급한 우치다 요시카즈의 이름을 따 우치다 고딕이라 부르기도 한다. 참고로 전의 종합 도서관은 관동 대지진으로 소실된 후 록펠러 재단의 기부를 받아 새로 지어진 뒤 지금에 이른다.

  


동쪽으로 난 문인 이케노하타몬으로 가던 중 도쿄 대학 병원이 보인다. 일본도 지금은 방학 중인지 캠퍼스 안은 새로 건물을 짓느라 분주하다.

 


그냥 도쿄 대학에 가보자 라는 마음으로 잠깐 들러서 그런지 돌아와서 글을 쓰다 보니 못 가본 건물들에 대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사실 안에 이렇게 볼게 많은 줄은 돌아와서야 알기도 했고, 가장 중요히 여겼던 산시로 연못아카몬은 보고 왔으니 초행치곤 나쁘지 않았다 정도로 덮어두려 한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에노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5. ‘도쿄 대학’, ‘야스다 강당’, ‘산시로 연못’, ‘아카몬’, ‘이케노하타몬’.

 

2017.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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