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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바로 앞에는 あつた蓬莱軒이 있다. 나고야에 갔던 친구들이 입을 모아 히쓰마부시를 추천했기 때문에 한 번 먹어보고 싶기도 했고, 어차피 근처에 마땅한 음식점도 보이지 않았기에 별 고민 없이 들어간다.

 


상을 받긴 했는데 어떻게 먹어야 할지 막막하다. 빈 공기는 뭐고, 고명은 뭐고, 국물은 뭘까? 점원에게 외국인이라 그러니 먹는 법을 알려달라고 말하자 한국에서 오셨냐고 물어본 뒤, 한국어로 된 책자를 내준다. 먹는 법은 크게 세 가지, 장어만 먹어보고, 밥과 함께 먹어보고, 국물에 말아서 먹어본다. 장어 자체도 맛이 좋지만 말아서 먹을 때가 가장 맛있는 것 같다. 이모 소츄를 한 잔 시키고 곁들여 마시니 조금은 찝찝한 장어 소스의 뒷맛을 잘 잡아준다.

 


배불리 먹고, 살짝 술기운도 오른 채 사카에로 넘어간다. 삼각대도 들고 다녔는데 야경이라도 한 장 찍지 않으면 미련이 남을 것 같다.

 


조금 시간이 남았기도 했고, 피곤했는지 한 잔에도 제법 술기운이 올라 長靴라는 카페에 들러 커피와 케이크 한 조각을 시킨다. 장화 신은 고양이라는 카페의 이름이 눈에 띄어 들어왔는데, 안은 진짜 고양이는 없었지만 각종 소품으로 잘 꾸며져 있다. 찬장에 가득한 잔들이 눈에 띄는데, 예쁜 잔들이 줄지어 잘 정리된 모습이 참 보기 좋다. 나도 예전엔 잔이나 컵을 모으는 게 취미였는데 집이 좁아 멈춘 뒤로 이렇게 곧잘 대리만족을 하곤 한다.

 


나고야의 중심에 줄지어 조성된 공원, 그 중앙에 나고야 TV 타워가 있다. 1954년에 준공됐고, 만들어졌던 당시에는 동양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다. 지금은 방송탑으로서의 기능보단 나고야의 상징으로 더 유명하다. 사람 없는 조용한 공원에서 느긋이 야경을 즐기다보니, 사람 많고 복잡한 에펠탑보단 이게 낫지 않나 싶기도 하다.

 


탑 아래로 와보니 탑을 올라갈 수도 있는 것 같은데 구태여 전망대에 가고 싶진 않으니 사진만 남기고 지나간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빽빽이 들어찬 철골이 묘한 매력을 풍긴다. 사진으로 남겨보려 했지만 어째 보는 것 같이 나오지 않아 관두기로 한다.

 


사카에의 밤거리는 제법 활기차다. 거리에 빛을 밝히는 간판들, 많은 차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까지 여느 대도시의 모습이다. 어떻게 보면 평소에 늘 보던 풍경인데도 불구하고 특별하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뭘까? 단순히 외국에 나와서는 아닌 것 같은데, 아직 잘 모르겠다.

 


공원 한쪽에는 야경으로 유명한 오아시스 21’이 있다. 아쉽게도 이미 영업이 끝나 별 볼거리는 없었다만 조명은 켜놓은 덕에 사진은 찍을 수 있었다.

 



안에 스케이트장이 보인다. 잘 타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스케이트장에 가는데 벌써 폐장이라니 조금 아쉽다.

 


여행 첫날부터 제법 많이 돌아다닌 것 같다. 이젠 조금 쉬고 싶어졌기에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역에서 친구들을 기다린다.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기에 사진이나 조금 찍어본다. 의외로 내내 찍은 야경보다 이 한 장이 마음에 들었는데,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좋은 사진이 나와 기분이 좋다.

 


숙소로 들어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맥주와 안주거리를 샀다. 내일의 일정을 정리하고, 맥주 한 캔을 깔끔하게 비운 뒤 하루를 마친다.

 

#4. ‘아쓰타호라이켄’, ‘나가구쓰토네코’, ‘나고야 TV타워’, ‘오아시스 21’, ‘나고야 역’.

 

2017.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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