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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을 넘으니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하는 비, 비를 뚫고 산자락에 있는 카페인 바람에 도착한다.

 


스튜디오 지브리의 에니메이션에 나올 것만 같은 건물, 날이 흐려서 더 그런 걸까? 녹음과 어우러진 건물의 겉모습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던져준다. 왠지 안에 들어가면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가 커피를 타 줄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먼저 커피를 한 잔 주문하고, 모히또가 있기에 무알콜로 부탁해서 한 잔 더 주문한다. 커피의 맛도 훌륭했지만 모히또를 주문하니 밖에서 허브를 뜯어 오시는 모습이 인상 깊다. 나도 예전에 한참 요리에 취미를 둘 땐 집에서 간단한 허브는 키우곤 했는데, 밖에서 이런걸 보는 건 또 처음이다. 그래서 그런지 괜히 더 상큼하게 느껴진다. 맛만 따진다면 오히려 다른 모히또보다 단 편이었는데도 말이다.

 


화장실을 다녀오니 벗어 놓은 코트를 점거한 녀석, 어째 편해 보여서 그냥 두기로 한다.

 


아니, 그렇다고 자면 안 되지. 어차피 비행기 시간까진 좀 남았으니 이왕 이렇게 된 거 조금 더 눌러앉기로 할까?

 


한 녀석이 와서 잠드니 이내 다른 녀석들도 줄줄이 와서 잔다. 어째 Y한텐 고양이가 한 마리도 안 가는데, 샘이 나는지 혼자 투덜거리며 방명록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어쩌니, 고양이들이 내가 좋다는데. 그나저나 평소에 고양이가 이렇게 따르진 않는데, 여기선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아까 마신 모히또에 들어간 게 에플민트가 아니라 캣닢이었나?

 


마냥 고양이들과 놀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비행기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결국 코트위에서 자던 녀석들을 깨워 자리를 일어난다. 저녁을 먹고 공항에 가기 위해 공항 근처의 갈치구이 집을 수배하던 중 물항식당을 찾았다. 갈치구이 백반으로 2인분, 깔끔하게 차려진 밥상이 참 보기 좋다. 물론 핵심인 갈치도 맛있다. 메뉴에 있는 갈치찜이나 갈치국이 조금 궁금하긴 하지만 이미 배가 차버렸으니 이건 다음에 먹어봐야겠다. 제주도야 마음만 먹으면 올 수 있으니까 조금은 미뤄도 괜찮겠지.

 


렌터카를 반납하고 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는데 차 안에 서귀포에서 산 디저트가 그대로 있었다. 고양이들 덕분에 완전히 까먹고 있었는데 어차피 공항에서 시간이 남았기에 의자에 앉아 먹어치운다. 엄청나게 부는 바람에 비행기가 뜰까 걱정도 했다만, 다행히 시간에 맞춰 출발했고 창가에서 멀어지는 제주도의 모습을 보며 여행을 마친다.

 

#8. ‘바람 카페’, ‘물항식당’, ‘제주 국제공항’.

 

2016.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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