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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목적지인 성읍민속마을로 가는 길, 네비게이션을 보니 마침 성산일출봉근처라서 잠시 길가에 차를 멈춘다. 날이 흐리기도 하고, 일출시간도 아닌데 굳이 성산일출봉에 오를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광치기해변으로 가 멀리서 성산의 모습을 감상한다. 돈을 내면 탈 수 있는 것 같은데, 승마엔 조예가 없기에 그저 피사체로 쓸 뿐이다. 살짝 해안을 둘러본 후 근처의 좌판에서 귤을 한 봉지 사서 다시 길가로 나온다.

 


아직 한겨울인데 길 건너편은 노랗게 물들어있다. 설마 유채인가 싶어서 앞에서 입장료를 받던 아주머니께 여쭤보니 유채가 맞았다. 품종개량을 해서 겨울에도 꽃이 핀다는데, 아무리 그래도 12월에 유채라니 여러모로 대단하다. 입장료는 천원, 크게 대단할 것도 없는 꽃밭이지만 따지고 보면 천원으로 한겨울에 가까이에서 유채를 볼 수 있다면 아낄 사람이 있을까?

 


꽃밭을 뒤로하고 다시 출발한다. 양쪽으로 탁 트인 풍경에, 간식으로 산 귤도 Y가 까서 먹여주니 금상첨화다. ‘성읍민속마을에 도착한 뒤 주차장을 가기 위해 마을 안으로 난 길을 지나는데, 어째 분위기가 영 조용하다. 고즈넉하기보단 을씨년스럽다가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 생각한 마을의 분위기와는 많이 다른 것 같아 불안하지만 이왕 온 거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마을 안으로 들어가 본다.

  


뭔가 전통가옥은 많은데, 사람은 없다. 민속촌 같은 분위기를 바랬는데 그것보단 영화 세트장 느낌이다. 심지어 관광객마저 없어서 약간 폐가 탐방하는 느낌마저 든다. 사람이 관리하는 흔적이 있긴 한데, 오늘이 다들 쉬는 날인가? 홈페이지에선 이것저것 활동도 있는 것 같던데, 어째 안내도 없고 간혹 가다 있는 표지판을 쫓아가도 적막만 흐른다.

 


그렇게 동네를 기웃거리며 잡다한 사진을 담던 중 멀리서 고양이 한 마리가 온다. 보아하니 먹을 걸 달라고 이렇게 아양을 떠는 것 같은데 가진 게 빠다코코넛이랑 귤 뿐 이다. 혹시 먹을 수 있나 싶어서 과자를 반으로 부셔서 줬지만 먹질 못 한다. 보통 애묘인 이여도 고양이 간식을 들고 다니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 이럴 땐 뭘 주면 좋을지 궁금해진다. 몇 번 쓰다듬고 그냥 지나가니 조금 쫓아오다가 이내 제 갈 길을 간다.

 


마을은 꽤 넓은 편이었는데, 공사 중인 곳도 있었고 무엇보다 건물 안에 볼거리가 너무 없었다. 겉은 그럴싸한데, 가까이 가면 갈수록 할 게 없는 기이한 민속마을이다. 여긴 주인분이 계시는지 장독 위로 화분이 여럿 있다. 인기척을 내 봤지만, 나오는 사람은 없다. 뭔가 심심해지네.

 


어느 집을 가도 분위기는 비슷했기에, 간단히 마을을 크게 돌고 카페나 가기로 결정한다.

 


마을 중앙에 있던 나무, 아마 이 마을이 세워지기 전부터 있던 나무가 아닐까? 가지가 펼쳐진 걸 보니 죽은 나무는 아닌데, 잎이 피고 하늘을 가득 메운 모습이 기대된다. 비록 겨울이라 앙상한 모습이지만 사진에 담고자 바닥에 누워가면서까지 화각을 넓혀봤지만, 얼마나 큰지 한 컷에 들어오질 않는다.

  


어째 조금 아쉽게 떠나는 성읍민속마을’. 일정에선 꽤 많은 시간을 넣어놨지만 반의반도 못 쓰고 떠난다.

 


근처에 괜찮은 카페를 찾던 중 모드락572’라는 이름의 카페가 있어서 찾아왔다. 그런데 가게 앞에 있는 보드에 화요일 휴무라고 크게 써져있다. 문 앞에서 허탈한 표정으로 서있으니 안에서 가게를 정리중이시던 주인아주머니께서 나와서 들어오라고 해주신다. 따뜻한 배려 덕분에 잠시 쉬고 갈 수 있어서 즐거웠지만, 덕분에 지나가던 아저씨들까지 들어오면서 졸지에 휴일에 영업을 하게 만든 것 같아 조금 죄송하다



커피를 다 마시고 일어서는데 귤을 조금 싸 주신다. 그런데 이 귤들 어째 돈 주고 산 녀석보다 더 달고 맛있다. 어쩐지 아까 주스가 유별나게 맛있더니, 재료부터 맛이 좋은 녀석이었다. 마냥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휴일에 이 정도로 해주신 것도 감사하기에 남은 시간엔 바닷가에 다녀오기로 한다. 저녁 먹을 시간까진 아직 꽤 남았으니 괜찮겠지. 근처에 표선해해수욕장이 있던데 거기를 가봐야겠다.

    

#4. ‘광치기해변’, ‘성읍민속마을’, ‘모드락572’.

 

2016.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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