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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짬뽕이 유명하다고 해서 와 본 다래향’, 아쉽게도 냉짬뽕은 여름 특선이어서 전복짬뽕을 시켜봤는데 나온 짬뽕의 생김새가 범상치 않다. 우선 새우부터 먹어보고자 머리를 깨물었는데 껍데기가 엄청 단단해서 이가 나갈 뻔 했다. 알고 보니 딱새우라고 평소에 접하는 새우하고는 전혀 다른 녀석이었다. 비록 저항을 받긴 했지만, 이내 잘 해체해서 새우를 먹고 본격적으로 짬뽕을 먹기 시작한다. 시원한 국물, 잘 볶아진 야채 냄새, 예전에 나가사키에서 먹었던 짬뽕이 생각난다. 이정도면 굳이 일본까지 가서 찾을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배도 가득 채웠으니, 이제 소화도 시킬 겸 ‘김녕 미로공원으로 향한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앞에서 자고 있는 고양이. 이 녀석 뿐 아니라 사방에 고양이가 보인다. 평소에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거의 최고의 서비스. 귀는 계속 꼼지락거리는데 눈은 뜰 생각을 안 한다. 뒷발의 저 선명한 젤리를 만지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지만, 잘 때 건드리면 짜증나겠지.

 


어딜 가도 고양이가 있다. 매점 입구에서 한참 볕을 쬐던 녀석, 심지어 포즈가 제법 요염하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고양이를 보고 멈추는걸 보니 제법 가게 홍보가 될 법도 한데, 가게 안은 어째 횡 하다. 주인아주머니한테 뭐라도 얻어먹고 싶으면 아무래도 가게 안에서 누워있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여기 고양이들은 다 밖에서 사는 것 같은데, 어떻게 발바닥이 저렇게 분홍빛이지?

 


입구에 들어가기 전에 렌즈를 바꾸려고 잠시 벤치에 앉았는데 불쑥 무릎위로 올라온다. 저 통통한 머리를 쑥 들이밀더니 이내 무릎위에 자리를 잡고 잔다. 고양이가 원래 이렇게 낯가림이 없는 동물이던가? 그런데 이 녀석 자기가 좋다고 올라와놓고 왜 자꾸 발톱을 세우는지, 바지 뚫릴 뻔 했다.

 


갑자기 간택당하는 바람에 꼼짝없이 입구에서 앉아 있다가 녀석이 일어난 덕분에 공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 공원 입구 바로 옆에서 쉬던 녀석, 여기는 사람들도 엄청 지나다니는데 불편하지도 않은지 가만히 앉아서 이쪽을 보고 있다.

 


미로공원의 끝은 바로 저 종, Y는 평소에도 길을 못 찾는 편이라 늘 길치라고 놀리는데 이번에 만약 나보다 먼저 저 종을 울리면 다시는 길치라고 안 놀리기로 했다. 이렇게 적절한 놀림거리를 잃는건 나도 싫기에 시야에서 Y가 사라지자마자 진지하게 길을 찾아본다.

 


도착점 바로 직전의 쉼터, 주위를 둘러봐도 Y가 보이지 않기에 승리를 직감하고 고양이와 노는 중이다. 적당히 놀다가 종이나 울려야지.

 


5분 쯤 기다리니 Y가 헐레벌떡 뛰어온다. 하지만 이미 종은 울렸기에 놀림은 그대의 몫. 어차피 이왕 들어온 거, 이번엔 나가는 길을 찾는 걸로 내기를 해본다. 조건은 그대로, 좀 손해 보는 장사 같지만 이길게 뻔한 승부에서 보상을 바라는 것도 도둑놈 심보니까 그렇다 치자.

 


대충 미로의 구조를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게 더 길을 찾는데 방해가 된다. 헤매던 중 이 표지판만 세 번은 본 것 같다. 어째 멘트가 놀리는 것 같아서 짜증났지만 다행히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출구를 찾는데 성공했다. 과연 Y는 먼저 나와 있을까? 이번엔 나도 제법 헤맨지라 약간은 긴장된다.

 


텅 빈 출구, ‘그럼 그렇지!라고 생각하며 입구 앞의 그네에서 시간을 보낸다. 책자를 보며 안 사실인데, 미로의 조성 자체도 제주도의 상징을 나타냈다. 말도 있고 뱀도 있고, 미로의 전체적인 모양도 제주도 모양이었다. 안에서 헤매면서 알 수 있을 리 없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저 고양이는 아직도 저기서 가만히 있네. 혹시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

  


이제야 Y가 탈출에 성공했기에, 이왕 이렇게 된 거 한 번 더 놀리고 출구로 향한다. 어쩌다보니 들어왔던 길하고 다른 길로 나가게 됐는데 풀숲 속에 고양이들이 때로 뭉쳐있다. 털 없는 나도 춥진 않은데 너희들이 추울 것 같진 않고, 여기서 뭐하니?

  


마지막으로 나가는 길까지 고양이! 매표소에서 얼굴마담으로 열심히 일하는 중이다. 자는 것 같지만 기분 탓이겠지.

 


차에 도착하니 차 위에서도 자고 있다.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개다래나무 추출물 같은 거라도 뿌렸나, 오늘따라 고양이가 엄청 꼬이는 것 같다. , 인천에서도 늘 이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3. ‘다래향’, ‘감녕미로공원’.

 

2016.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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