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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사실상 여행의 마지막 날이 됐다. 원래는 지난번에 못 가본 후쿠오카의 북부를 다녀올 생각이었지만, 문득 다자이후를 다시 한 번 가고 싶어져서 패스를 끊고 역에 왔다.

 


꽤 낡아 보이는 열차를 타고 도작한 다자이후 역’. 날은 꽤 무덥지만, 걷기 힘들 정도는 아니기에 관음사, 간제온지까지 걸어 가보고자 한다.

 


여느 한적한 시골 모습의 길. 동네에는 사람 소리 하나 없이 새소리, 풀벌레소리만 울린다.

 




절은 대충 봐도 꽤나 고찰이라는 느낌이 든다. 저 범종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라는데, 아무래도 울리는 걸 듣기는 힘들 것 같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집인 만요슈, 한국에도 꽤 많이 알려진 겐지모노가타리의 무대이기도 하다니 인파나 분위기에 비하면 정말 많은 이야기가 있는 장소다.

 



경내는 생각보다 좁아서 한바퀴 도는데 그리 긴 시간이 들지 않았다. 남쪽을 향해 곧게 뻗은 길을 따라 큰 길로 나선다.

 


버스가 오기까진 약간 시간이 있어서 들른 계단원, 가이단인’. 절의 이름이 한자로 써져있어 오해할 일은 없지만, 여기서 말하는 계단은 당연히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그 계단이 아닌 계율에 가까운 의미이다. 천하의 세 개의 계단 중 하나라는데, 아쉽게도 시간이 촉박해서 제대로 살펴보진 못했다. 벌써부터 다음을 기약하면 안 되는데...

 


그렇게 관광도 줄여가며 버스를 타기위해 정류장에 왔건만, 바로 앞으로 버스가 지나간다. 왠지 갑자기 더위도 심해진 것 같고, 시원한 음료와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바로 옆에 있던 작은 카페에 들렀다. 별 기대 안하고 시킨 새우볶음밥인데, 생각보다 맛있다.

 



다음 버스를 타고 다시 역 근처로 왔다. 지난번에 왔을 때엔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는데, 맑은 날에 보는 분위기는 또 사뭇 다른 것이 재밌다. 확실히 우산이 없으니 조금 덜 차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이왕 다시 온 거, 지난번에는 못 가본 보물관에 들러본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촬영에 있어 조금 더 엄격하다는 느낌이었는데, 여긴 웬일로 사진 촬영을 허락해준다. 끝부분에 있던 그림들은 참 마음에 들었는데, 생각보다 최근에 그린 작품들이라 놀랐다.

 



흘린 땀은 시원한 보물관에서 잘 식혔으니, 이제 당분을 보충할 시간이다. 달달한 일본식 팥죽과 팥, , 다과를 곁들인 녹차 맛 아이스크림과 함께 잠깐 자리에 앉아 쉬다 보니 슬슬 다시 걷고 싶어진다.

 



들어왔던 길과는 조금 다른 길로 역으로 돌아간다. 사실 유명한 관광지의 풍경 보다는 조금은 뜬금없이 만나는 이런 곳의 풍경을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시간이 더 제대로 된 관광일지도 모른다.

 


다자이후에서 만족스럽게 반나절을 보내고, 이제 다시 후쿠오카로 돌아간다.

  

2018.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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