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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쿠마몬 앞치마는 없어서 빈손으로 후쿠오카로 돌아가게 됐다. 그래도 이래저래 맛있게 지낸 나날이었으니, 다음에 쿠마모토 성이 복원되면 그걸 핑계 삼아 다시 한 번 와야겠다. 일단 이번 여행에서 쿠마모토는 여기까지다.

 


일단 숙소에 짐을 맡기고, 조금 쉬어야겠다. 어차피 저녁에 W를 만나기로 했고, 마땅히 가고 싶은 곳도 없으니 저녁을 위해 체력을 보충하자.

 


약속시간이 되어 아카사카로 나가 보니 W가 미스터도넛을 잔뜩 사왔다. 설마 이게 저녁은 아니겠지 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니었다. 에피타이저 치고 참 푸짐한 차림이다. 적당히 배를 채운 뒤 W의 친구인 U와 만나 끼니를 해결하러 간다.

 


낮에는 줄이 길고, 재료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 먹기도 힘들다는 하나모코시’. 확실히 아무것도 모르고 점심에 왔다간 먹지도 못 할 뻔 했다. 다행히 저녁이기도 하고, 조금 일찍 와서 그런지 우리 앞에 아무도 없다. 조금 기다리다 보니 가게 불이 켜지고 이내 자리로 안내를 해준다.

 



여태 먹어본 닭 베이스의 국물 중에 이렇게 직관적으로 닭을 우렸다는 느낌이 나는 국물은 처음이다. 면도 면이지만, 국물의 진함이 혀에 박혀서 빠지질 않는다. 이 정도면 기다려서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W의 말로는 이것저것 재밌는 시도를 많이 하는 가게라 한다. 주인분이 젊어서 그런가, 평범한 라멘만 하시는 건 아닌 모양이다. 무튼 대만족. 다음에 후쿠오카에 와서 다시 가야 할 가게가 하나 더 생긴 것 같다.

 


평소 서울에서 자주 다니던 바에서 추천을 받은 바 모모타에 가봤는데, 아쉽게도 오늘은 쉬는 날이었다. 인근의 바 오스카를 가봤지만 마찬가지로 쉬는 날이었기에 바 오스카문에 붙어 있던 바 파루무도루, Palme d’or‘에 왔다.

 


흰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바텐더의 모습에 묘하게 신뢰가 간다. 시작은 보모어로 만든 러스티 네일로 해보자.

 


빌드 다음은 쉐이크, ‘마가리타를 주문해본다. 군더더기 없는 맛이 참 깔끔하니 좋다.

 


그럼 다음엔 믹스, ‘핸드릭스 진으로 만든 드라이 마티니를 주문해봤다. 개인적으로 마티니는 차갑게 식힌 잔이 다시 데워지기 전에 털어 넣는 주의인데, 딱 털어 마시기 좋은 모습의 마티니다.

 


예전에 바에 갔을 때 들어온 지 얼마 안됐다던 아드벡의 AN OA가 보이기에 한 잔 시켜본다. 우유로 살살 달래며 마시는데 찬장에 처음 보는 아드벡이 보여 그것도 한 잔 달라고 부탁드려본다.

 


이날 마신 술값의 반을 차지한 녀석이지만, 꽤나 신선하게 다가온 아드벡 23yr. 확실히 아일레이 위스키 중에서도 가장 튀는 아드벡도 나이를 먹으면 순해지는가 싶었다만, 그래도 특유의 향이 물씬 풍겨 오는 게 다른 나이든 위스키마냥 순순히 넘어오진 않는다. 한국에선 쉽게 만날 수 없던 빈티지기에 오늘은 이 한 잔만으로도 온 보람이 있는 것 같다.

  


평소에 끝맺음으로 즐겨 마시는 B&B를 주문했다. 스니프터 잔에 스타아니스를 띄우고, 따스하게 마시는 B&B를 좋아하는데, 여긴 적당히 음영을 준 채 바로 플로팅해서 내어준다.



WU가 마신 술까지 모이다보니 바 한 쪽에 길게 찬장이 생겨버렸다.

 


마지막 잔은 서비스로 받은 샤르뜨뢰즈 V.E.P. 마찬가지로 처음 마셔보는 녀석이다. 샤르뜨뢰즈 마니아인 W는 이 한 잔이 아마 내가 마셨던 아드벡 23yr과 같은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다. 좋은 술로 몸을 가득 채우고, 기쁜 마음으로 친구들과 헤어진 뒤 숙소로 향한다. 일본에서 몰트 바를 찾아간 건 처음인데, 아무래도 한동안 일본에 갈 때 필수 코스가 될 것 같다.

 

2018.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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