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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꼬인 일정 그동안 쌓였던 피로도 풀 겸 늘어지게 잔 뒤 조식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맞춰 식당에 내려왔다. 비즈니스호텔의 조식 치고는 알찬 구성에 얼마나 먹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빵이나 몇 쪽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다 먹고 나니 점심도 못 먹을 지경이다.

 


비가 내리긴 하는데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고 비에이에 가서 자전거를 타는 건 아무리 봐도 여행이 아니라 단련이 될 것 같으니, 닛카 위스키의 증류소가 있는 요이치로 발걸음을 돌린다.

 


아슬아슬하게 기차를 놓쳤기에 삿포로 역의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신다. 생각보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도저히 가만히 서 있기는 무리다. 여행 틈틈이 책장을 넘겼더니 비행기에서부터 읽은 책이 벌써 반을 넘겨간다.

 


시간이 되어 승강장으로 올라가니 곧이어 오타루로 가는 열차가 들어온다.

 


열차는 삿포로 시내를 지나 동해의 이시카리 만연안을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열차 안에서도 속이 보일 정도로 맑은 바다가 꽤나 인상 깊다.

 


요이치로 가는 열차로 갈아타기 위해 플랫폼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갑자기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한다.

 


구내의 조명은 유리공예가 발달한 오타루를 알리려는 듯 호롱 모양을 띄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제 백열등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 보기가 힘든데 역을 가득 채운 백열등은 꽤나 신선하게 다가온다.

 



제법 유래가 깊어 보이는 종이다. 아마도 열차의 도착을 알리는 역할을 한 종 같은데, 아래의 설명을 읽으려 하니 열차가 들어온다는 방송이 들려온다.

 


짧은 동차가 역에 들어오고 이내 출발한다.

 



책을 읽기엔 조금 시끄러웠던 길을 지나 30분 쯤 달리고 나니 목적지인 요이치 역이 보이기 시작한다.

 


비에 젖은 증류소의 모습이 맑은 날에 봤던 모습보다 훨씬 잘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매표소에서 한국어로 된 안내문을 받은 뒤, 시음장으로 향한다.

 



지난번 방문 때 운전대를 잡는 바람에 제대로 못했던 시음을 위해 바로 시음장으로 달려왔다. 안주로 초콜릿도 사고, 좋아하는 걸 마지막에 먹는 성격에 맞춰 슈퍼 닛카-애플 와인-요이치의 순서로 한 잔씩 마셔본다. 세 잔을 연이어 마시고, 주스와 물로 입을 헹구고 나니 여기까지 온 여독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

 


나는 아직 스코틀랜드에 가 본 적이 없지만, 이런 풍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 이곳에 위스키 증류소가 있는지 보여주는 풍경인 것 같아 카메라로 담아본다.

 


음식의 음은 즐겼으니, 이제 식을 채워볼까 한다. 미리 알아봐 둔 식당에 왔는데 입구부터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기다리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마땅히 갈 곳도 없으니 조금 기다려 보기로 한다. 계단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다 보니 어느덧 가게 문 앞까지 순서가 당겨졌다.

 



고른 메뉴는 질 좋은 성게를 듬뿍 올린 덮밥과 게살이 들어있는 샐러드다. ‘우니동은 성게가 좋지 않으면 정말 최악으로 치닫기 마련인데, 몇 점 집어 먹어본 성게가 참 맛이 좋다. 자체의 맛은 즐겼으니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알차게 비벼 먹어본다.

 



식사를 하고 역에 돌아오니 열차 시간이 다 됐다. ‘요이치에 올 때 탔던 열차와 같은 열차를 타고 오타루로 향한다. 오늘의 남은 하루는 오타루에서 보내보자.

 

2018.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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