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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텐이케를 지나 게이오기주쿠로 향한다. 뒤편에 보이는 절은 왠지 다리도 아프고, 그다지 볼 것도 없어 보여서 지나쳤는데 돌아와서 찾아보니 아무래도 죠죠지와 관련된 장소였던 모양이다. 평소에는 남들이 안 가는 곳도 잘 돌아보며 다니는데, 한 번 게으름을 피웠다고 또 이렇게 놓치는 장소가 생겨버린다.

 


이곳 시바코엔죠죠지의 경내와 이어진 꽤 큰 규모의 공원이다. 지도를 통해 근처를 보니 아마 이 공원 부지 전체가 옛 죠죠지가 위치했던 장소가 아닐까 싶다. 공원을 지나가던 할머니가 빵가루를 뿌리니 근처의 비둘기둘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한국에서는 불법인데 일본에선 별 상관없는 건가?

 


아카바네바시를 지나 미타에 들어선다. 근처의 지하철 역 이름도 아카바네바시여서 중요한 다리인가 싶었다만, 따로 설명을 적어둔 곳은 보이지 않는다. 따로 조사해보니 이 다리의 유래는 적어도 16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당시의 그림에도 이 다리가 보인다고 하는데, 지금에 와서는 이 표지마저 없었으면 강을 건넌다는 느낌도 잘 들지 않을 정도이다. 그러고 보니 이 근처가 어제 도쿄타워에서 찍은 별 모양의 도로 근처인데, 위에서 본 밤의 아름다운 풍경과 달리 밑에서 본 낮의 풍경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다리를 건너 십여 분 정도 걷고 나니 오른쪽으로 게이오 대학의 동문이 보인다. 건물의 높이는 근처의 상가 건물과 크게 차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자연히 옆을 돌아보게 만든다. 도쿄대도 그렇고, 일본의 대학들은 이런 아치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이 좁은 공간에서도 아치를 위해 건물의 2할은 가뿐히 쓴 모양이다.

 


이럴 바엔 굳이 동문을 만들 필요가 있나 싶다. 아무래도 발품을 팔아 정문까지 가지 않고서는 대학 안을 구경하기 힘들 것 같다. 시간도 벌써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정문까지 가서 구경하고 나오기엔 조금은 지쳤기에 근처 카페에서 잠깐 쉬며 시간을 때우다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해야겠다.

 


안쪽으로 한참 공사 중인 건물이 보이긴 한다만 새로 짓는 중인지, 아니면 허무는 중인지, 고치는 중인지 알 길이 없다.

 


카페를 찾아보자, 뭐 어디든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멀리 도쿄타워가 보이는데, 아무래도 미나토 구에서는 어딜 가던 보이는 모양이다.

  


잠시 앉아 커피를 마시며 쌓인 사진들을 정리한다. 그러고 보니 여기 커피가 한 잔에 200엔 정도였는데 꽤나 싼 편이다. 부자 학교로 소문난 게이오인데, 그래도 대학로는 저렴한 건가?

 


커피도 마셨으니 이제 오늘의 점심인 중화요리를 먹으러 가보자. 미리 점 찍어둔 가게의 오픈시간에 맞춰 침입한다.

 


사실 중화요리 가게에서는 코스가 답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쉽게도 1인 코스가 갖춰진 중화요리 식당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코스가 없으면, 그 가격만큼 단품을 시키면 될 일이다. 메뉴판을 뒤적이며 코스를 짜보자. 개인적인 습관으로 처음 가는 중식당의 시작은 볶음밥으로 하지만, 일어 가득한 메뉴판을 읽다보니 먼저 나온 메뉴부터 시키게 되서 마파두부로 출발한다. 매운 음식을 그다지 즐기지 않지만, 숟가락을 멈추기가 힘들다. 다만 개인적으론 두부가 좀 더 작게 잘린 마파두부를 좋아하는데, 이건 꽤 큼직큼직하다. 두부전골 느낌이랄까?

 


잘 볶은 볶음밥이 나왔다. 동네 중화요리 가게든, 차이나타운의 가게든, 고급 중화요리집이든 볶음밥을 먹어보면 그 가게의 격이 나온다고 굳게 믿는 사람으로서, 이 집의 볶음밥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마파두부를 먹으면서도 볶음밥을 제법 기대하고 있었으니 평소랑 순서는 뒤바뀌었지만 공식은 앞으로도 유지될 것 같다. 적당히 볶음의 풍미가 잘 묻어난 고슬고슬한 밥이 식욕을 자극한다.

 


마지막 메뉴는 소롱포다. 육즙이 생명이자 상징인 소롱포이고, 그러다보니 피 안에 가득 찬 육즙을 흘리지 않고 깔끔하게 먹기 위해 위를 살짝 베어 물고 육즙부터 처리한 뒤 먹는 식사법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그래서야 소와 육즙이 뒤섞이는 맛을 느끼기 힘들지 않은가. 답은 하나다, 입천장이 까질지언정 크게 한 입에 먹으면 될 일이다. 사실 중간에 속이 궁금해서 반만 베어 물었다가 육즙이 사방으로 튀어서 꽤나 곤란했다. 이건 육즙이 많은 정도가 아니라, 거의 물풍선이다.

 


진한 육즙으로 입 안이 제법 꿉꿉했기에 상큼하고 달달한 디저트를 하나 주문한다. 그릇을 다 비워갈 때 쯤 갑자기 옆에 있던 종업원이 걸려있던 샤미센을 뜯기 시작하는데, 당연히 장식품인 줄 알았던지라 조금 놀라서 잠깐 자리에 앉아 감상을 하고 가게를 뜬다.

 


배를 잔뜩 채우고 나니 걸을 명분이 생겼다. 천천히 걸어 게이오 대학의 정문에 도착하고 나니 공식 기념품 판매를 하는 곳이 보여 호기심에 잠시 들어간다. 뭐 이것저것 많긴 한데, 여기에 다니지도 않으면서 굳이 살 필요는 없어 보인다.

 


동문은 잘 지어놓고 정문은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내가 다닌 학교도 참 멋없기로 유명한 학교였는데, 여긴 한 술 더 뜨는 느낌이다.

 


지난 대학 구경이 도쿄대학교였던지라 기대가 크긴 했는데, 왠지 여긴 10분 정도만 돌아보고 나오게 될 것 같다. 안 그래도 딱딱한 건물에 겨울까지 묻히니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다.

 



그리고 사진으로 봤을 때 게이오기주쿠에서 유일하게 보고 싶었던 이 캠퍼스의 구 도서관은 공사가 한창이다. 설마 동문에서 어렴풋이 보인 공사장이 이 곳일 줄이야... 더 볼 것도 없겠다 싶어 왔던 길을 돌아 나간다.

 


게이오기주쿠대학이 있는 곳에서 다음 목적지인 센카쿠지까지는 걸어서 갈 만한 거리였기에 천천히 걸어보기로 한다. 사실 게이오에서 생각보다 너무 금방 나와서 시간이 꽤나 남는다. 초행길이기에 조금 헤매긴 했다만, ‘센카쿠지로 가는 길목인 이사라고자카에 무사히 도착했다. 걷다보니 나무로 된 표지가 보여 읽어보니 명나라 사람인 인베스가 살았던 언덕이라는데 그냥 동네 언덕길 같은 곳에 이런 유래가 있으니 꽤나 재밌게 느껴진다. 그런데 아무리 동네를 봐도 큰 절이 있을 동네는 아닌 것 같은데, 일단 구글이 가라는 길로 조금 더 걸어 들어가 보자.

 

2018.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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