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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도쿄 스카이트리에 도착했다. 뭔가 롯데월드 느낌이 물씬 풍기는지라 지하로 들어가기가 싫어진다. 어차피 위에도 입구는 있을태니 위로 한 번 가봐야겠다.

 


하늘 위로 끝도 없이 뻗은 두 건물이 눈에 띈다. 중앙의 전파탑처럼 생긴 건물이 도쿄 스카이트리’, 왼쪽의 업무용 빌딩처럼 생긴 건물이 도쿄 스카이트리 동관이다. 동관은 식당이나 상점이 입점해 있기에 한 번 들러보기로 한다. 게다가 타베로그에서 찾아 본 간식 가게도 동관에 있는 것 같다. 먹을 게 있으면, 가야지.

 


봤던 사진들은 유리잔에 담겨 나오는 전형적인 파르페였는데, 도착해보니 그런 건 눈에 띄지가 않는다. 대신 과자컵에 잘 담겨 나오는 소프트가 제법 맛있어 보였기에 꿩 대신 닭이라고, 그거라도 먹어보기로 한다.

 


그리고 꿩 대신 봉황. 하긴 일본 사람들이 간식거리를 못 만들 리가 없다. 스카이트리를 본 뜬 스푼은 한없이 불편했지만, 그래도 본론인 소프트와 떡, , 과자 모두 완벽했으니 넘어가자. 심지어 그릇도 맛있다. 그냥 아이스크림만 먹기엔 심심해서 창가로 사진을 찍으려는데, 창밖으로 잔뜩 그늘이 져서 사진에 담기가 힘들다. 그냥 먹는 거에 집중해야겠다.



배도 채웠고, 잠시 앉아 다리도 풀었으니 이제 스카이트리를 올라가보자. 건물밖엔 간이 스케이트장이 설치 되 있는데, 이 녀석이 표지판의 방향을 떡하니 막고 있어 다른 입구가 있는 줄 알고 동관을 꽤 헤매고 다녔다. 입구를 찾다가 직원에게 물어보니 가는 방향과 함께 서문으로 가서 패스를 사면 외국인은 웃돈을 내고 줄을 안 설 수 있다고 알려준다. 시간은 곧 돈 아니겠는가? 어차피 표를 사는 것도 일이니 여기서 350m의 전망대와 450m의 전망대 표를 한 번에 사서 올라가기로 한다.

 


테러 예방을 위해 간단한 검색을 마친 뒤, 뒤쪽의 줄을 보니 돈 조금 쓰고 패스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후쿠오카 타워에서 줄 서있다고 안 올라갔던 나인데, 아마 이 줄을 서라고 했으면 그냥 스미다 강으로 가서 책이나 읽었을지도 모른다.

 


꽤나 빠른 속도로 올라가던 승강기. 적어도 4개의 승강기가 있는지 이 승강기의 테마는 겨울이라고 한다. 딱히 특별한 무언가 있는 건 아닌 듯 하고, 조명의 색감과 내장으로 계절감을 표현한다.

 








하늘에서 보는 도쿄의 풍경은 정말이지 숨이 막힌다. 빽빽하게 들어찬 건물들을 보면 왠지 모를 허무함마저 느껴진다. 그래도 나름 이런 대도시에 익숙할 법도 하거늘 동서남북으로 가득 들어찬 회색 풍경을 보니 생각 이상으로 답답함이 느껴지는데, 한편으로는 이 정도로 풍경을 바꿔버리는 사람의 힘에 약간의 경외감마저 느껴진다. 그나마 중간에 파랗게 줄을 그어주는 스미다 강과 멀리 빈 하늘의 밑을 받쳐주는 산마저 없었으면 얼마나 살풍경한 느낌이었을지 감도 안 온다.

 


, 잔뜩 안 좋은 말만 늘어놨지만 그래도 보면 소리 나는 풍경이다. 다만 타임머신이 있다면 이 높이 그대로, 츠키지에 신사가 세워지기 전의 시간으로 돌려서 주변을 내려다보고 싶다.

 


450m 전망대의 티켓도 같이 사놨기에, 따로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올라간다. 아까의 승강기와는 달리 중간에 잠깐 밖이 보인다.

 



어째 여긴 마크로스를 비롯해 에니메이션과 관련된 소품이 잔뜩 전시 중이다. 요즘은 통 에니메이션을 보지 않기에 꽤나 낯설게 다가온다.

 


회랑을 따라 도쿄의 시가지를 한 바퀴 둘러볼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개인적으로 스카이트리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이다. 100m 올라갔다고 해서 안 보이던 게 보이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 아래의 전망대보단 사람이 적어 편안히 볼 수 있다는 점이 꽤 큰 것 같다.

 


복도의 끝에는 피규어와 관련 용품을 팔고 있는 상점이 있다. ... 별로 살 건 없어 보인다.

 


일반 관광객이 들어갈 수 있는 장소 중 가장 높은 곳인 소라카라포인트이다. 나름 스카이트리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인 이 곳에서 등을 돌리면 바로!

 


리듬게임이 나온다책자를 보니 원래는 관련해서 조형물이라도 하나 있었던 모양인데, 흔적도 없다.



다시 하부의 전망대로 내려와 보니 아까는 못 봤던 풍경이 보인다. 스카이트리의 그림자가 저 멀리까지 뻗쳐 있는데, 아까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봤던 뜬금없이 그림자가 드리운 동네가 아무래도 이 때문인 모양이다.

 


이런 빌딩에 올라오면 꼭 하나씩은 있는 아래가 뚫린 장소다. 화면으로 볼 땐 그냥 바닥 같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무섭다. 유리위에 발을 디딜 때 까지 제법 시간이 걸린걸 봐선 아무래도 난 자이로드롭은 평생 못 탈 것 같다. 옆에선 기념사진 촬영을 해주는 모양인데, 잠깐 줄을 섰다가 앞의 찍는 사람들이 모두 가족, 커플인걸 보고 그냥 내려가기로 한다. 혼자 여행을 다니다보면 가끔 서러울 때가 있는데,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다. 이럴 땐 커피라도 한 잔 해야지.

 



내려와서 다시 위를 올려다보니 확실히 높긴 높다. 징그러울 정도로 높다.

 


동관에 위치한 커피 전문점을 찾아갔다. 간단히 한 잔만 마시고 가야지.

 


앉아 쉬면서 티켓과 책자를 정리한다. 오는 길에 산 도련님을 펴 봤는데, 세로쓰기와 띄어쓰기의 압박에 5분을 채 못 읽고 덮어야했다. 나중에 집에 가서 번역하는 느낌으로 읽어야 될 것 같다. 시계를 보니 계획보다 조금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어차피 다음 행선지는 도쿄타워니까 잠깐 숙소로 돌아가서 쉬었다 나가야겠다. 행선이 결정됐으니 시간 낭비할 것 없이 바로 움직여본다.

 


지난번 후쿠오카에서 묵었던 레이센가쿠 카와바타와 크게 다를 것 없는 구성이다. 혼자 쉬기엔 이 정도 사이즈가 딱 좋은 것 같아 이번에도 3성급 호텔로 알아봤다. 예전에는 무조건 숙박은 좋게 잡았는데, 이제는 탕이나 큰 욕조가 필요하지 않은 이상 게스트하우스만 면하면 됐다라고 생각한다. TV를 켜니 왜인지 유료 VOD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이런저런 성인 채널이 있긴 하다만, 이걸 보고 흥분한다면 아마 정사각형을 보고 흥분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거대한 모자이크가 박혀있다. 차라리 스모가 더 재밌을 것 같아 채널을 돌린다. 3~40분 정도 누워 있다 보면 해도 지겠지, 푹 쉬다가 밖이 어두워지면 도쿄타워로 가야겠다.

 

2018.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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