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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자고 일어나니 밖에서 빗소리가 들린다. 일기예보에서 비가 온다고 해서 가져온 워커를 신을 일이 생긴 것 같다. 비가 와서 그런가, 월요일 아침인데도 동네가 참 조용하다.

 


걷기 힘들 정도로 쏟아지는 비는 아니기에 천천히 걸어서 니시테츠텐진역으로 향한다. 비가 살짝 내리는 거리는 그 나름의 운치가 있어 마음에 든다. 사실 이런 날에는 사진기는 잠깐 넣어두고 눈으로만 즐기는 게 여러모로 좋다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보고 느낀 건 다 남겨두고 싶은 이상한 고집이 있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다 느끼면서 거리 사진을 한 장 남긴다.

 


오늘의 목적지는 다자이후’. 사실 맑은 날을 기대했지만, 비 오는 날의 다자이후는 어떨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

 


유명한 관광지답게, 열차는 관광객으로 가득 찼다. 생각보다 금방 환승역인 니시테쓰후쓰카이치를 거쳐 다자이후에 도착했다. 후쿠오카와는 달리 여기는 제법 굵은 빗방울이 내린다.

 



열차를 가득 채운 관광객들을 볼 때부터 조금은 불안했다만, 역시나 거리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한적한 거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여러모로 아쉽게 된 일이다. 비도 제법 세차게 내리고, 배도 고프기에 일단 잡생각은 접어두고 요깃거리를 찾아보기로 한다.

 



육즙주의!’라고 적혀있는 니꾸망집을 지나치긴 힘들다. 고기만두 두 개를 사고 먹기 시작하는데, 의외로 하나만 먹어도 제법 든든해져서 나머지 하나는 조금 힘들게 먹었다. 제법 유명한 가게인지 방송에 나온 것을 모아둔 자료가 가게 곳곳에 걸려있다. 맛은 뭐, 애초에 맛이 없을 수 없는 음식이잖아?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며 뭔가 의욕을 잃은 걸까? 왠지 다자이후를 들어가기 전에 이것저것 주워 먹게 된다. 육즙으로 조금은 찝찝해진 입 속을 씻어줄 무언가를 찾다가 젤라또 가게를 찾아 들어가 본다. 처음엔 담백하게, 다음엔 달게, 그 다음은 돈이 없으니 다자이후나 가자.

 


사람들이 줄지어 들어가는 길에 있던 정원. 평소 같으면 근처에 멈춰서 천천히 둘러봤겠지만, 비도 비고, 사람도 많아 여의치 않다.

 




신사 참배를 위해 줄지어 선 사람들. ‘덴만구는 학업과 관련된 바가 깊기에 인기있는 참배지기도 하고, 이 곳 다자이후 덴만구는 교토의 키타노텐만구와 버금가는 아주 큰 덴만구이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이지 사람이 많다. 내 나름의 관광 원칙에 둘러볼 뿐 참배는 없다.’가 있기에 어차피 남의 일이지만 말이다.

 


근처에 국립박물관이 있다는데, 그곳으로 가봐야겠다. 처마 밑에서 듣는 빗소리가 좋아 조금은 더 서 있다 가겠지만 말이다.

 


뒷길로 조금 걷자 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에스컬레이터가 보인다. 특별전으로 라스코 전을 하고 있는 것 같다만, 어차피 알아듣기 힘들기도 하고, 기본적으로 상설전만 보는 주의라 참고만 하고 박물관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에 오른다.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른 뒤, 또 긴 무빙워크를 타고 가서야 보이는 박물관. 생각보다 조금 멀리 있다. 건물의 규모나, 근처의 풍광이 제대로 찾아왔다는 느낌이 들게 해준다. 해외에 나가서 어떤 박물관, 미술관이 좋을지 잘 모를 땐 역시 국립이 답이다.

 


여기서도 보이는 가마. 확실히 후쿠오카를 넘어 규슈 명물이긴 한 모양이다.

 


박물관 내부의 사진을 남길 수는 없기에 바로 다음 사진은 다자이후거리로 넘어간다. 아무래도 큼직한 카메라라 그런 걸까, 조금만 서서 있어도 근처에서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고 안내를 해준다. 일부러 배터리도 빼고, 렌즈 캡도 닫았는데 아예 가방에 넣을 걸 그랬나보다.

 




왔던 길을 돌아서 다시 후쿠오카로 돌아간다.

 


나카스를 돌아다니며 저녁 먹을 시간을 기다린다. 30분 정도만 돌아다녀볼까?

 


걷다가 문득 만난 모모야끼가게. 뭔지 궁금해서 근처를 서성이다 들어가 보기로 한다.

 


생맥주는 아쉽게도 아사히다. 별로 먹고 싶지 않아서 에비스 맥주를 병으로 주문하고 앉으니 메뉴판과 기본 안주를 가져다준다. 두부는 언제든 옳지.

 


주 메뉴인 모모야끼를 주문하니 조금은 걸린다하기에 닭껍질 튀김을 주문해봤다. 기름기가 많은 닭껍질을 또 튀기다니... 이건 무조건 몸에 안 좋을 거고, 그렇다면 맛있을 것이다. 레몬을 살짝 짜서 뿌린 뒤에 먹기 시작하니 이만한 술안주가 없지 싶다.

 


그리고 나온 모모야끼. 뭔가 흉악한 생김새다. 훈연으로 익힌 것 같은 고기는 탄내와 닭고기의 쫄깃함이 어우러져서 제법 재밌는 식감이 난다. 씹으면 씹을수록 담백하게 배어나오는 고기의 맛이 아주 좋다. 쫄깃한 고기를 먹느라 턱을 많이 써서 그런가? 어째 또 배고파진다.

 


이번엔 튀김으로 즐겨보자. 닭껍질의 맛이 아직 가시지 않아서 그런가? 전의 요리들에 비하면 어째 심심하다.

 


배불리 먹고 가게를 나서니 어느덧 밤이다. 오늘이 마지막 밤인데, 제법 괜찮은 저녁이었다. 돌아가서 여행의 마지막 날을 준비하자.

 

2017.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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