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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나와 땅 위에 올라오니 덥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가뜩이나 더위에 약한지라 빠르게 피곤해진다.

 


벤치에 앉아 땀을 식혀보려 하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기운이 없어서 그런가, 어째 평소보다 더 더위를 타는 것 같다. 구글 맵을 켜보니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어서 장난기에 한국에서 쓰던 스타벅스앱을 켜서 가까운 매장을 찾아본다. 혹시 사이렌오더가 작동하나 싶어서 켜봤는데, 가장 가까운 매장으로 부산이 뜬다.

 


도저히 안 되겠다. 이상한 장난은 그만 치고 조금 쉬었다 가자.

 



커피를 마시며 땀을 식힌 뒤, 공원 한 쪽에 있는 일본식 정원에 들른다. 외국인은 입장료가 할인이 되는지 써져있는 가격보다 싼 값에 들어왔다.

 




지난 여행 때 코토인에 다녀와서 그런가, 제법 훌륭한 정원임에도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왠지 콘크리트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그런 걸까? 한쪽에서는 부부가 기모노를 입고 기념사진을 찍는데, 사진 배경으로 쓰기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벤치에 앉아 사진들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낸다. 가만히 앉아서 구름 흘러가는 걸 구경하는 여행도 나쁘지 않지.

  



슬슬 배가 고파질 시간이기에 공원 뒤로 빠져나와 식당을 찾아간다.

 


속이 좀 안 좋긴 한데, 더워서 그런지 조금 매콤한 걸 먹고 싶어진다. 마침 근처에 인도식 커리 가게가 있다.

 


숙취로 고생하는 주제에 목이 마르니 맥주부터 찾는다. 빵도 빵대로 맛있게 먹었지만, 서비스로 나온 밥이 인디카 쌀이라서 조금은 놀랐다. 카레라이스 자체는 일본에서 유래해서 그런지 보통 커리 전문점에 가도 자포니카 쌀로 해주던데... 그런데 자포니카보다 인디카 쌀로 지은 밥이 커리에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빵을 찍어먹기에 커리가 좀 많다 했더니, 이렇게 뚝딱 비우게 된다.

 


배불리 먹고 나서서 들른 고코쿠 신사’. 신사의 이름에서 어째 불편한 역사가 잔뜩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도 신사를 가로질러 가는 길이 빠르니 지나가 보자.

 


곧 일본의 큰 명절인 오봉이고, 그래서 그런지 신사 안은 축제 준비로 한창이다. 신사 한 쪽에서는 건빵을 팔고 있었는데, 의외로 발음이 칸팡이어서 신기했다. 건빵 자체는 일본의 군용 식량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호국 신사에서 이런 걸 팔고 있으니 십중팔구 대전기하고 잔뜩 연관이 있을 것 같다.

 




밤이면 여기에 판매대가 가득 들어찰 것 같다만, 그냥 지나만 가자. 뒷맛이 찝찝할 일은 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돌아와서 알아보니 기본적으로 야스쿠니 신사와는 제를 달리하지만, 기본적으로 신사의 일이 전사자를 위한 절이다보니 꽤나 많은 교류가 있는 것 같다. 역시 여러모로 거르길 잘한 것 같다.

 


정문에 오니 축제 준비가 한창이다. 당연히 남의 나라 일이건만, 이상하게 더 거리감이 느껴진다. 날도 덥고, 근처에 볼거리도 마땅찮으니 야구나 보러 가야겠다.

 

2017.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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